지난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 13.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관리자 비율은 평균 23.1%를 기록했다.

2일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30곳의 사업보고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또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한 19개 기업의 임원·관리자급 직원 비율 조사 결과 여성 비율이 OECD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여성임원은 1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임원 826명 가운데 15.5%에 불과하다.
ESG 보고서·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한 19개 기업의 전체 관리자 중 여성 관리자 비율 평균은 24%였다.
올해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국내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과 여성 이사 비율은 각각 16.3%, 17.2%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국내 기업 평균보다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관리자 34.2%, 임원 33%)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성 임원 비율 한독 가장 높아
업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011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중 여성은 43.3%로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32.9%)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전체 관리자 중 여성 관리자 비율은 36.5%로 전체 직원 성비에 비해 6.8%포인트(p) 낮아졌다. 여성 임원 비율은 전년 대비 2.9%p 하락한 18.2%로 직원 성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 중엔 SK바이오팜의 여성 관리자 비율이 44.1%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높았다. SK바이오팜은 여성 임원 비율도 41.7%로 한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여성 직원 비율 역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49.4%를 기록했다.
전통제약사 중 가장 높은 여성임원 비율을 기록한 곳은 한독이었다. 한독은 전체 관리자 147명 중 56명이 여성으로 여성 관리자 비율 역시 38.1%를 기록해 조사 대상 기업 중 SK바이오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독과 SK바이오팜을 제외한 다른 기업은 모두 여성 임원 비율 40% 미만을 기록했다.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보인 한미약품은 전체 임원 41명 가운데 여성임원이 10명으로 24.4%를 차지했다. 한미약품은 전체 관리자 126명 중 38명이 여성으로 전년 대비 0.9% 늘어난 30.2%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에 이어 셀트리온(24.4%), 휴젤(21.1%), 보령(20%), 동화약품(20%) 등이 여성임원 비율 20% 이상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18.8%), JW중외제약(18.5%), 삼성바이오로직스(18.2%), 유한양행(15.8%), 종근당(14.6%)은 조사 대상 기업 평균(13.5%)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서 일동제약(13%), 휴온스(12.8%), HK이노엔(12%), 삼진제약(11.1%), GC녹십자(10.3%), 동국제약(10%)은 10%를 넘겼지만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일약품(8.7%), 동아에스티(8.3%), 대원제약(8.1%), 광동제약(8%), 대웅제약(6.7%), 한국유나이티드제약(6.7%), 셀트리온제약(3.8%), 안국약품(3.8%)의 여성임원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에스티팜, 일양약품, 환인제약, 영진약품은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여성관리자 비율 SK바이오팜 1위

여성 관리자는 전년에 비해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성 관리자 관련 통계를 제공하지 않은 일부 기업을 제외한 12곳의 여성 관리자 비율 평균은 27.6%로 전년(25%) 대비 2.6%p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성 관리자 비율이 34.5%로 전년(18.5%) 대비 16% 상승하며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줬다. 전체 348명 중 120명이 여성으로 전년 24명에서 5배 늘었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OECD 평균을 넘은 곳은 SK바이오팜(46.9%), 한독(38.1%), 삼성바이오로직스(36.5%), SK바이오사이언스(34.5%) 네 곳에 머물렀다.
셀트리온과 HK이노엔은 비율이 감소했다. 각각 전년 대비 0.9%, 3.2% 줄어들며 29.4%, 12.4%에 그쳤다.
HK이노엔(12.4%, 간부직 집계), 대웅제약(10%), 유한양행(9.4%), 대원제약(8.9%), 에스티팜(8.8%, 차장·부장 집계)은 국내 기업 평균보다 낮았다.
일부 기업 정보 제공 미흡해
한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작성한 일부 기업은 관련 통계를 제공하지 않거나 불완전한 통계만 제공했다. JW중외제약은 여성 관리자 숫자와 비율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고, 동아에스티는 여성 관리자 숫자를 제외한 다른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전체 관리자 대비 비율을 알 수 없었다.
대원제약은 올해 여성 관리자 비율만 공개해 지난해 여성 관리자 비율과 구체적인 관리자 수는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임원과 팀장 이상에 대해서는 성별 통계를 제공했다. 대웅제약은 여성 관리자 숫자와 비율만을 공개해 남성을 포함한 전체 관리자 숫자는 명확하지 않았고, 유한양행과 제뉴원사이언스는 지난해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아 증감율 파악이 불가능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여성 임원·관리자 비율은 "S(Social, 사회)"와 "G(Governance, 지배구조)" 항목에서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다양성(diversity)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S&P 글로벌 ESG 점수(S&P Global Inc. ESG Score) 평가 기준 등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핵심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연금이 2022년 8월에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을 개정해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기준에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부터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는 상장사가 특정 성(性)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이사 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은 2024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 보고서를 통해 "다른 모든 요인들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여성 관리자는 남성 관리자에 비해 승진을 경험할 승산비가 2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여전히 우리 기업 환경에서 성평등 개선을 위해 노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