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이 사용 중인 금융거래 약관에서 불공정 조항 60개를 적발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금융기관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이 여전히 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 보호 장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29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사용 중인 약관 1735건을 심사한 결과 17개 유형에 걸친 불공정 조항 60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 대상에는 은행 약관 56건, 저축은행 약관 4건이 포함됐으며, 시중 은행권의 약관 불공정 관행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은 은행이 임의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었다. 예를 들어 기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예고 없이 외환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거래 상대방인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해친다고 지적했다.
또 영업점 및 홈페이지 공지만으로 약관 변경을 통보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나 전산 장애 시 은행 책임을 전면 면제하는 조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해지 방법을 영업점 방문으로 사실상 제한한 조항 등도 적발됐다. 심지어 전자금융서비스 시대에도 “계좌 해지는 잔액 0원 계좌에 한해 비대면 가능”이라고 제한한 은행도 있었다.
그 외에도 △소송 관할을 은행 본점 소재 법원으로 제한 △가압류만으로 거래 해지 △약관 자동동의 간주 조항 △일방적 상계권 부여 등 금융기관 중심의 약관 운영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은행권 약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 전수 심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이 약관을 바꾸는 데 통상 3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소비자 피해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은행·저축은행 부문 약관 심사 결과이며 여신전문금융(카드사), 금융투자(증권사), P2P 온라인투자연계금융 분야 약관에 대한 시정 요구도 연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공정위는 금융당국(금융위·금감원)과 협력해 유사 불공정 약관 사전 차단과 지속 점검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