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베르디와 푸치니, 그리고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잊어라.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3D 오페라, 그것도 우리의 창작 오페라가 민족의 영웅의 탄생을 기린다.
오는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3D 창작 오페라 '이순신'이 초연된다. 이 작품은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것으로 전통 창작 오페라의 문법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세계 최초의 시도로 공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국내 대표 남성 성악가 120여 명으로 구성된 연주 단체 ‘이 마에스트리’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작품. 이 마에스트리는 창단 이후 클래식 음악계에서 다양한 도전을 이어오며 주목받아 왔으며, 이번 오페라 '이순신'을 통해 예술성과 기술이 결합된 전례 없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 마에스트리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단순히 위대한 장군의 승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의 곁에서 함께 전략을 세우고 위기를 극복했던 류성룡과의 협력, 끊임없는 전투 속에서 리더로서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인간 이순신의 고뇌, 그리고 국난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신념과 책임감을 조명하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이러한 서사 구조 덕분에 이번 오페라는 영웅 서사의 전형을 넘어선, 입체적이고 정서적으로 풍부한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이 마에스트리 측은 "무대 연출 또한 기존의 오페라 연출 방식을 과감히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실시간 3D 렌더링을 비롯해 정밀한 프로젝션 맵핑, 대형 LED 무대, AI 기반 미디어 아트 등 최신 기술이 총동원된다는 것. 관객은 무대 위에서 실제와 같은 거북선이 등장하고, 눈앞에서 해전이 펼쳐지는 듯한 장면을 경험하게 되며, 마치 전장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 마에스트리 측은 설명한다.
또한 첨단 기술과 오페라 연출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융합 공연 예술을 실현해낸다는 것이 이 마에스트리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마에스트리는 "이번 공연 오페라 '이순신'은 음악과 기술, 역사와 드라마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전통 오페라의 경계를 확장하며 한국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마에스트리의 예술 총감독이자 지휘자인 양재무는 이번 작품에서 극본과 음악을 모두 집필·지휘하며 하나의 통합된 예술 언어를 구현했다. 작곡가와 대본가가 분리된 기존 오페라 제작방식과 달리 양 감독은 서사와 음악의 유기적 융합을 통해 극 전체의 리듬과 정서를 일관되게 이끌어냈다.
이미 이순신 장군의 일화로도 유명한 여러 장면들이 이 오페라의 주요 하이라이트 장면을 이루기도 한다. 명량해전의 결단과 감동이 담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나이다'와 난중일기에 적힌 이순신 장군의 내면의 고뇌를 담은 아리아 '한산섬 달 밝은 밤에', 그리고 합창 '거북선을 만들자'등이 바로 그 장면들. 특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대사는 남성 성악 앙상블의 대합창과 함께 깊은 울림을 전하며 이번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이 마에스트리는 "2006년 창단한 이래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남성 합창만으로 연주하는 파격적 시도 등으로 주목 받아온 바 있다"며 "대표 남성 성악단체로 이번 공연을 통해 '보이스 오케스트라'라는 새로운 오페라 형식을 제시하며 클래식 무대의 확장을 시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