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대표팀 제나로 가투소 감독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 유럽예선 방식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탈리아는 17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노르웨이에 1-4로 패하며 조 2위로 마감, 두 차례 단판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본선행이 가능해졌다.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또 한 번 본선 탈락 위기에 놓인 셈이다.
가투소 감독은 경기 전 “조 2위가 곧장 본선에 오르던 시절은 끝났다”며 현 체계가 유럽 팀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자동 배정 슬롯이 1990년·1994년 대회에 비해 크게 늘었고, 남미는 10개국 중 6개 팀이 자동 진출하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는 일부 사실 오류도 포함돼 있다. 1994년엔 아프리카에서 3개국이 출전했고, 남미 7위 팀이 오세아니아와 단판으로 붙는다는 설명 역시 실제 규정과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유럽 예선이 조별 4~5개국으로 편성된 것은 단순히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은 올해 기준 54개국으로, 1990년(32개국)·1994년(39개국)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를 과거처럼 6~7개국씩 묶을 경우 12경기 이상 일정이 필요하지만, FIFA A매치 캘린더는 연간 10회차만 허용한다. UEFA 네이션스리그 폐지 논란까지 고려한 결과, 지금처럼 소규모 조 편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톱시드를 받고도 노르웨이와 같은 상승세 팀과 한 조에 편성된 불운이 있었지만, 결국 노르웨이에 1무 1패(합계 1-7)로 크게 밀린 점은 변명 여지가 없다는 평가도 따른다.
남미는 전체 10개국 중 6개국이 본선에 직행하는 구조지만, 대륙 내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IFA 랭킹 50위권에 10개팀 중 8개 팀이 포함돼 있으며, 최약체인 볼리비아도 76위로 유럽 하위권보다 높은 수준이다. 18경기를 소화하는 장거리 원정 또한 유럽보다 훨씬 고된 일정이다.
아프리카는 2026년 9개국이 본선에 오르지만, 이 가운데 알제리·이집트·모로코·세네갈 등 대부분이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하다. 50위권에 포함된 팀은 7개로 유럽(26개)에 비해 적지만, 참가국 구성과 지역적 다양성을 이유로 FIFA가 배정 지분을 확대해왔다는 배경이 있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유럽의 배정 비율은 33.3%로, 1990년대(약 54%)보다 낮아졌다. 반면 UEFA 소속국 가운데 절반 가까운 25~26개국이 랭킹 50위 안에 위치한다. 숫자만 보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적게 배분받았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통계상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대륙은 아시아로 평가된다. 아시아는 상위 50개국 중 4개국(8.7%)만 포함돼 있지만, 본선 자동 진출권은 8장(19.05%)을 보유하고 있다.
가투소 감독의 주장에는 유럽이 상대적으로 적은 몫을 배정받았다는 근거가 일부 존재하지만, 남미·아프리카의 경쟁 강도와 예선 환경을 고려하면 “유럽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이탈리아가 조 1위를 놓친 주요 원인은 규정보다는 경기력 부진에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