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무서워요" 美식당 때아닌 인력난 이유는[글로벌 왓]

2025-06-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이민자 추방 규제를 내세우면서 미국 식당들의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5월 한 달간 워싱턴 일대에서만 100곳이 넘는 식당이 단속되는 등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근로자의 신분 확인을 강화하면서 출근을 꺼리는 근로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미레스토랑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외식업 종사자의 20% 이상이 이민자라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외식업계가 아직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고용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서류 미비 이민자도 약 100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불법 체류자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추방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봉쇄하겠다고 공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통해 하루 최소 3000명의 이민자를 체포하는 것이 목표다. 식당 등 외식업계는 이민자 노동력 의존도가 높고, 단속 과정에서 별도 허가 없이 공공 공간에 진입할 수 있어 단속이 용이하다. FT에 따르면 ICE는 지난 한 달 간 워싱턴 일대에서만 100곳이 넘는 식당을 단속했다.

메릴랜드에서 5개의 식당을 운영 중인 토니 포어맨은 FT에 "최근 단속에서 무장한 이민 단속요원이 매장에 직접 들이닥친 적도 있었다"며 "일부 직원들은 무서워서 아예 출근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임금 압박이 현실화될 것이고, 자격 있는 직원을 찾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류 자격 박탈을 앞두고 있는 이민자들도 있다. 미국 대법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출신 약 35만 명에 대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부여한 '임시 보호 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2021년 부여된 추가 보호 대상 25만 명의 신분도 오는 9월 만료된다. 이민 전문 변호사 제이콥 몬티는 "베네수엘라인 약 20%가 외식업에 종사 중"이라며 "식당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도 기존 인력을 대체할 방안을 찾지 못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노동인력이 급격하게 감소한데 이어 신규 인구 유입도 사실상 차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아프리카 12개국 및 중동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7개국 국민에 대해서도 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볼티모어에 있는 베네수엘라 음식점 '알마 코치나 라티나'를 운영하는 이레나 스타인은 "셰프 10명을 O-1비자를 통해 채용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정책이 시행된다면 식당을 유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O-1비자는 과학, 예술, 비즈니스 등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이민 비자로 스타 셰프나 유명 디자이너, 인공지능(AI)연구원 등에 주로 발급된다.

미 외식업계가 침체에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 외식업계 전망을 '중립'에서 '악화'로 하향 조정했다. 이민 단속과 고율 관세, 인건비 상승 등 여파가 덮친 가운데 소비자들도 가격에 민감해져 음식값에 비용을 전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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