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하이난 등 中 신흥 지방도시 급성장… 韓中에 공동 투자 기회”

2025-12-15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경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전면적 복원’에 합의하면서 양국이 경제협력 확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산업 측면에서 상호 경쟁하면서도 보완하는 관계다. 아직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등의 기대는 섣부르다는 분석이 많지만 우리 경제계는 중국 투자 재개를 모색하며 시장 진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대외협력 기관인 중국아주경제발전협회의 권순기 회장은 1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협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중국 대도시들은 이미 서울·뉴욕 못지않게 발전했는데 그 밑의 3·4급 지방도시들은 근래에 급속히 개발되고 있다”며 “하이난을 비롯한 신흥 지방 도시에 중국과 한국의 공동 투자·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행정단위는 직할시나 성(省)과 같은 1급 행정구역 밑에 지급(地級)시·자치주 등의 2급 행정구역, 현·구 등의 3급 행정구역, 향·진 등 4·5급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상하이·선전과 같은 1·2급 대도시에는 이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첨단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선 하이난 지역 내 싼야·충하이·단저우와 같은 3·4급 행정구역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는 게 유리하다는 게 권 회장 발언의 취지다.

권 회장은 또한 “중국은 한중 경제협력을 중점 모델로 삼아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중국과 한국이 공동 투자해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두 정상이 양국 간 우호의 길을 잘 닦았다. 두 정상의 악수 장면을 본 이후 중국에서는 특히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미래 세대를 위해 두 나라 관계를 더욱 잘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경제 교류가 관건이다. 양국 경제인들이 적극적으로 만나 협력을 많이 해야 한다.

-경제 분야 중에서도 어떤 부분의 협력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나.

△문화·스포츠 산업 분야다.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 경제 교류는 주로 제조업 협력 중심이었다. 이제는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상호 관계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양국 정부와 민간 기업도 그런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꼽는다면.

△한국의 골프존이 중국에 진출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 협회에서는 박영조 부회장이 골프존과 손잡고 2020년 중국 법인 ‘골프존 차이나’를 설립했다. 골프존 차이나는 한국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더 혁신해서 도심형 골프장 ‘청시골프(城市高尔夫)’라는 신개념 골프장 사업을 개발했다. 약 40무(亩·약 2만 7000㎡) 넓이의 대규모 시설을 짓고 여기에 스크린골프 기술과 실외 골프연습장 서비스를 복합해 18홀 코스의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인기가 많아 3년 만에 옌볜에 이어 베이징·상하이·항저우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과 한국이 함께 성공하는 사업 모델을 계속 만들어 우호 관계를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

-중국 경제계에서 한국과의 교류 활성화에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이 있나.

△최근에 우리 협회를 비롯해 중국 경제계가 대거 방한했다. 양국 정상이 관계 개선을 이룬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한국 측 초청으로 우리 경제인들이 서울과 경주를 방문해 교류를 나눴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할 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사업은 무엇인가.

△신흥 지방 도시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주로 1·2급 행정구역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제는 3·4급의 지방정부도 경제 발전을 위해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 얼마 전에도 한 지방 청사를 방문했더니 담당자들이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하더라. 다른 지방정부 관계자들도 (경제 사업을 위해) 우리 협회를 방문하겠다고 하는데 바쁘면 휴일에라도 오겠다는 것을 겨우 설득해서 평일로 일정을 조정했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는 중국의 중앙 지역이나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에만 진출할 게 아니다. 신흥 3·4급 지방 도시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현지 공무원들이 열의를 다해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도울 것이다.

-중국 내 지방 중에서도 근래 발전 속도가 빠른 곳을 꼽는다면.

△하이난의 개발 속도가 대단하다. 하이난에서는 각 지역별로 관광, 무역·물류, 의료와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투자 유치가 이뤄지고 있다. 근래에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산업도 들여오려고 하더라. 싱가포르·중동으로부터의 대규모 투자 유치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협회는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이외에 해외 공동 투자 활동도 돕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협회는 중국 기업들이 파트너 국가 경제인들과 아시아의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일도 돕고 있다. 우리 협회가 1993년 창립됐을 당시 중한경제발전협회(한국명 한중경제발전협회)라는 명칭으로 시작을 했다. 그러다가 약 10년 전 (다른 아시아 국가들까지 포괄하는) 아주경제발전협회로 개편됐지만 여전히 중한 협력을 모범적인 경제협력 모델로 삼고 있다. 한국은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과 제3국에 함께 진출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달의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시장에 대한 우리 경제계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할 때 시장조사를 잘 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우리 시장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제품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 중국 국내 기업들도 기술력이 높아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드는데 한국 제품이라 해서 비싸게 내놓는다면 시장에서 팔리겠는가. 중국 국내 시장의 기술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데도 한국 기업들의 대응이 다소 늦은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미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돌아섰는데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한동안 기존의 자동차(내연기관 자동차)를 중심으로 판매하다가 점유율 하락을 겪기도 했다. 한국은 아직도 ‘중국의 기술, 제품은 허접하다’거나 ‘한국 등 외국의 기술을 베낀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서로를 선의의 경쟁을 하며 분발하는 관계로 인식할 때 한국 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휴전 국면을 맞았다.

△중미 관계는 예전과 달리 중국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차원에서 벗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압박은 오히려 중국을 10년 더 빠르게 발전시키는 자극제가 됐다. 트럼프 1기 정부가 중국에 대해 관세를 높였을 때에는 중국의 발전 수준이 미국보다 많이 뒤처진 상태였다. 그때 중국은 ‘정신 차려서 분발해야겠다’고 각성하고 미국이 재차 무역 압박을 가해올 것에 대비해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기술력을 발전시켜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 결과 과거 중국의 대외 무역 순위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미국은 이제 2위로 밀려나고 동남아시아가 중국의 1위 무역 지역이 됐다. 이렇게 시장을 다각화하고 기술적으로도 AI·빅데이터·신에너지·로봇을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 그러니 이제 트럼프 2기 정부가 다시 관세를 높이며 무역 전쟁을 걸어도 중국이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도 신임 일본 총리가 그렇게까지 과도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만큼 해당 발언이 중국 여론에 미친 파장이 매우 컸다. (식민 역사를 경험한)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군사력을 다시 일으킨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중국과 일본 간 민간 차원 교류에서도 눈에 띄게 활력이 떨어졌다. 국가 간 교류에 있어서 지도자 간 관계가 안 풀리면 민간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 당국에 해결을 요청해도 정부가 나설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문제를 경계로 삼아서 중국과 한국의 지도자 간 관계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He is…

1959년 중국 지린성에서 출생한 재중동포 2세이다. 청년 시절 군 복무를 마치고 공안으로 근무한 후 지린성에서 공장 당서기, 호텔 사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이후 1990년대 베이징 민족사무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일하며 인맥과 경험을 쌓았다. 그 역량을 십분 발휘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고충을 풀어줘 우리 경제계에서는 ‘해결사’로 통했다. 이어서 1993년 중국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한중경제발전협회(중국명 중한경제발전협회)에서 상무부회장을 맡았다. 협회는 2009년 ‘중한일경제발전협회’, 2015년 ‘아주경제발전협회’로 확대 개편됐고 권 회장은 협회 사령탑에 올랐다. 2021년에는 한중 경제협력을 도와준 공로로 우리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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