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조 AI 국가전략 기대감
LG CNS 49%, 신세계 I&C 30%, 롯데이노베이트 29%, 삼성SDS 19%.
새 정부 출범 후 지난 2주간 주가 인상 폭이다. ‘만년 저평가 주(株)’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회사에 볕이 들고 있다.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AI에 100조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업계는 대체로 ‘호재’로 여겼다. 불을 붙인 건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한다는 지난 주말의 발표였다. 발표 후 첫 거래일이었던 16일 롯데이노베이트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다른 회사들 주가도 10% 이상씩 올랐다.
하 수석은 국가의 자체적인 AI 인프라 구축 및 개발·운영을 강조한 ‘소버린 AI’(Sovereign AI)의 전도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AI 사업을 아는 사람을 수석에 앉히니 기대가 구체화됐다”라고 말했다.
챗GPT 출시 후 지난 2년 반 동안, 돈방석에 앉은 건 오픈AI나 구글이 아닌 엔비디아다. AI 서비스 회사가 기술·사업을 완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서버·클라우드 등 도구를 제공하는 회사는 즉시 돈을 번 것. 금광 개척 시대에 곡괭이 파는 이가 돈을 버는 원리다.
‘대기업 SI(시스템 통합)’라 불리는 IT 계열사들은 주로 그룹사 일감을 소화한다는 인식 때문에 AI 열풍에서 다소 소외됐다. 이중 AI·클라우드 사업으로 그룹 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키운 LG CNS와 롯데이노베이트, 신세계 I&C 등이 최근 AI 투자 기대감에 올라탄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비상장)도 지난해 매출의 30% 이상을 CJ그룹 밖에서 올렸다. 회사는 최근 고성능 GPU 기반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를 위해 시스코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룹사 내부 거래 매출 비중이 90% 이상인 현대오토에버와 포스코DX 주가는 각각 5.7%, 7.9% 오르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LG CNS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사업 훈풍도 타고 있다. CBDC는 가치가 고정되는 디지털 법정화폐로, 지난 4월 한국은행은 일반 국민 10만 명을 대상으로 편의점·홈쇼핑 등 지정된 곳에서 CBDC로 물건을 살 수 있는 테스트(3개월)를 시작했다. 한은이 지난 2023년 시작한 CBDC 사업의 인프라 구축을 맡은 게 LG CNS다. 지난 2월 상장한 LG CNS 주가는 최근 공모가 수준을 넘어섰다.
다만 임명 직전 민간 블록체인 업체 해시드에 재직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까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 코인’을 주장했기에, 업계는 한은 주도의 CBDC와 민간 스테이블 코인 중 정책 무게가 어디에 실릴지 지켜보고 있다.
AI 반도체 업계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첫번째 공식 일정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자, 이 회사 초기 투자사인 DSC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 주가가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AI 컴퓨팅센터’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첨단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민·관 합작 사업인데, 민간 지원자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됐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보다 민간의 자율성과 동기부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공고가 나오면 입찰하려고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