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유예…중국과도 대화
한국도 대미 무역 흑자 규모 커 관세 부과 타깃 가능성
재계, 미국과 소통 강화하고 현지 생산도 적극 검토…정부도 대응 총력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보편관세를 유예하기로 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재계 내에서는 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 정·재계와 적극적인 만남을 갖고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며,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투자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부 역시 재계와 합을 맞춰 대응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무역전쟁 시간 벌었지만 재계 내 우려 여전
4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기로 했던 25%의 보편관세를 한 달 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4일 자정부터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었으나 양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국경 지역에 1만 명의 군인을 파견해 마약과 불법 이주민에 대한 단속을 벌이기로 하면서 관세 부과를 유예할 수 있었다. 캐나다도 미국에 국경 강화를 위해 13억 달러 투입하고,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 명 유지 등을 약속했다.
관세를 10% 추가로 부과하기로 한 중국과도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이내로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 유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세 유예 결정으로 인해 국내 재계 내에서는 무역전쟁에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만큼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556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미 흑자 규모도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은 8위에 올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 등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게다가 반도체, 철강, 제약, 석유, 가스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유예가 무역전쟁에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한시적일 뿐”이라며 “우리나라도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향후 관세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최소화 총력…“네트워크 강화 및 미국 현지 투자”
재계 내에서는 미국의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미국 정·재계와의 소통 창구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20대 그룹을 대상으로 경제사절단을 모집 중이며, CEO급 이상으로 꾸려질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사절단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정·재계와 네트워크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해 대응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과 반도체 보조금 지출 중단 움직임 등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또 최태원 회장은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재계 인사가 모이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도 참석해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정하거나 검토하는 곳도 있다.
HD현대에서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을 담당하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초고압변압기 증설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미국 알라바마 법인 내 제2공장 건립을 위해 185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제철도 미국 내 제철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제철소를 짓게 되면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에 납품이 가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관세 부과하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 역시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투자비가 높은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재계와 발을 맞춰 대비 태세를 갖춘다. 미국 정부의 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대외경제현안간담회 등을 통해 영향력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 인사들과 적극 소통해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리나라와 유사한 입장을 가진 주요국과도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열린 ‘제6차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 참석해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강구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어떤 상황에도 우리 기업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대응해 불확실성의 파고를 헤쳐 가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원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량을 늘려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는 것도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