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쟁탈전’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에 새국면

이복현 원장,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지시

금감원 이례적 개입에 양측의 비방전도 소강 전망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에 들어가면서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새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규제기관이 조사에 나선 만큼 양측도 지분 인수 경쟁을 위한 합법적 대응은 지속하면서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될 수 있는 비방전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특히 주가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 사실 유포와 같은 여론전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공시 이전에 공개매수가 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라든지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등의 풍문 유포 행위와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 등 상대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를 발견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혐의가 있으면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하는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외에 과징금과 같은 어떤 행정 조치는 해당될 수 있지만, 불공정거래 조사결과로서 공개매수 절차를 중단시킨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조사 착수 배경에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상대방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 제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측에서 진정서가 접수됐다”며 “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양측의 주장에 따라 사실 확인에 대해 조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측의 공개매수 경쟁 과열로 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규제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은 이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여론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양측이 금감원의 경고를 인용해 여론전을 이어가자 금감원은 “양측이 금감원의 당부사항에 대해 왜곡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하며 “적법한 공개매수 절차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재차 경고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에 나선 만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비방전도 소강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 모두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가격 인상 등 공개매수 관련 법적 대응은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공개매수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공개매수 기간 중이나 종료 이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