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두려움 외출 자제
소비심리 등 극도로 위축
의류·식당 등 일손 부족도

한인 의류업체 급습을 시작으로 남가주를 강타한 이민 단속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한인사회를 포함한 LA 지역 전체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단속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은 물론 지역 경기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이다. 현재 자바시장 곳곳에는 문을 닫은 업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문을 닫았고, 다른 업소들은 단속 여파로 고객이 급감해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자바시장 의류 소매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업주들이 참여하는 단체대화방에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40여 명의 업주들은 직원 출근 현황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소식을 공유하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박씨는 “지난 6일부터 서류가 없는 직원들은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있다”며 “이전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경우 일하러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무서워서 출근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객이 줄면서 매출도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1~2주만 더 계속돼도 폐업 위기에 몰리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인의류협회(KAMA)에 따르면 최근 한인 업주들은 합법 체류 신분자를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직원 신분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 단속이 시작되면 업계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브라이언 이 회장은 “아직 심각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이번 사태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의류업계 외에도 세차장, 식당, 건설 현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ICE는 남가주 도심의 세차장까지 급습하며 한인 세차장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익명을 요구한 타운 내 세차장 관계자는 “직원들은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식당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인타운은 물론 다운타운 등 단속이 심했던 지역 곳곳에서 종업원들이 결근하고 고객 발길도 끊긴 상태다. 한 중화요리 전문점 매니저는 “최근 손님이 부쩍 줄었고, 파더스데이 전날 대규모 시위로 예약 취소 전화가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다운타운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일본계 미국인 업주 역시 “낮에는 시위, 밤에는 통행금지 때문에 매출이 거의 바닥 수준”이라며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민 단속 여파는 주택 건설 현장에도 번지고 있다. 현장 근로자 수가 줄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남가주 지역 경기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남가주 지역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