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지난 30년간 포스트시즌(PS) 가을비 악연에 시달렸다. 우천순연 후 다시 열린 경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반복해서 당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칠 만 할 때면 반가운 비로 원기를 회복 중이다.
삼성의 가을비 잔혹사는 31년 전인 1984년 한국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롯데 최동원의 ‘나 홀로 4승’에 밀려 패했다. 그해 한국시리즈 최동원은 5차전 8이닝, 이튿날 6차전 5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예정이던 7차전이 비로 밀렸다. 하루 휴식을 취한 최동원이 다시 7차전 마운드에 오르면서 삼성을 밀어냈다. 비가 만든 롯데의 기적이자 삼성의 악몽이었다.
삼성은 이후 PS 우천순연 경기마다 패했다. 2001년 한국시리즈 패전은 특히 뼈아팠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한 삼성이 3위 두산에 밀렸다. 2차전 우천순연으로 기력을 회복한 두산이 시리즈 1차전 패배를 뒤엎고 역전 우승을 일궜다.
삼성이 PS 우천순연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둔 건 지난해 플레이오프(PO)였다. 비로 하루 밀린 2차전에서 LG를 꺾었다. 그전까지 이어진 우천순연 경기 6전 6패의 사슬을 꺾었다. 삼성은 다시 비로 연기된 4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드디어 악몽을 완전히 끊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1차전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5회까지 1-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로 경기가 중단됐고, 전례 없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삼성은 이틀 후 재개된 경기에서 역전패했다. 이후 삼성은 별 힘도 쓰지 못하고 KIA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그렇게 원망스럽던 가을비가 올해는 삼성에 단비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일 예정이던 준PO 2차전, 17일 예정이던 PO 1차전이 비로 하루씩 뒤로 밀렸다. 추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선발들은 물론 야수들까지 원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정규시즌 4위로 가을무대에 올랐다. 준PO도 PO도 체력 부담을 안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같은 비라도 삼성에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준PO 3차전 1회 30분간 이어진 우천 중단도 결과적으로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SSG 선발로 나섰던 앤더슨이 1회 우천 중단 이후 밸런스를 잃고 난타를 당했지만 삼성 원태인은 꿋꿋하게 6.2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삼성은 24일 대전에서 PO 5차에 나선다. 와일드카드시리즈부터 이미 PS 10경기를 치렀다. 삼성의 올해 가을야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절한 시기 비가 내려준다면 반가움이 앞설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24일 대전 강수 확률을 20%로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