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선악의 판단을 하지 못한다

2025-03-2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걸견폐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자기 주인에게 충성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걸왕은 대표적인 폭군이고 요임금은 대표적인 성군입니다.

그런데 폭군인 걸왕이 기르는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자지러지게 짖어댑니다.

그것은 개의 머리에 선악의 판단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자기 편이냐 아니냐를 근거로 단순하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세태에 참 맞는 성어인 것 같아서요.

자기 편이 아니면, 곧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막무가내로 물어뜯습니다. 우리 겨레가 쓰는 말은 자신의 의견을 고급스럽고 품격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훌륭한데도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물론 총과 칼로 하는 정치보다 말로 하는 정치가 그래도 온건하다는 것을 압니다.

우린 특정 나라의 언어를 저급영어라고 폄훼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층이 말하는 언어를 보면 그런 비판을 해 온 것이 부끄러워집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함몰되어 있으면서도

말은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차라리 "우리 당과 나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아서요."라는 솔직함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걸견폐요는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진(秦)나라가 제위를 잃은 다음, 영웅들이 앞다투어 패권을 차지하려 나섰고, 마침내 발 빠르고 재주 좋은 자가 손에 넣었습니다. 개를 생각해 보십시오. 제 주인이 아니라면 요임금 앞에서조차 짖는 동물입니다. 옛날 도둑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은 것은 요임금이 절대로 어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개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의 이익과 당리당략에 빠져있는 여의도를 바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좌와 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을 가지고 나라와와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가 누구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걸견폐요'의 교훈을 되새기며,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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