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년층 경제활동 늘리면
2047년 노동인구 92만명 증가
복지·연금·정년 일괄 상향보다
분야별 노인연령 설계 필요
일본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 일을 원하는 고령자에 대해 기업이 만 65세까지 고용하도록 하는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 반면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법정 정년인 만 60세가 되면 바리스타 일을 무조건 그만둬야 한다.
저출생 현상과 맞물려 고령화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대한민국 경제 활력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 이에 노인 기준 연령 상향과 함께 정년 제한을 완화해 경제활동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가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과 함께 분석한 결과 만 50~64세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2022년 기준 일본 수준으로 높이면 2047년 한국 경제활동인구는 현재 추계 대비 92만5500명 증가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이 되는 시니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고령화 직격탄을 먼저 맞은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정년이 있는 국가에서는 정년을 연장해 고령층 인력을 노동시장에 최대한 남기려는가 하면, 공적연금 수급 연령을 높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이어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일손절벽이 심각해질 한국으로선 노년층을 경제활동인구로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와 학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노인 연령’을 별도 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나 정년이 있는 국가에서는 정년을 사실상 노인 연령의 주요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인복지법 내 ‘경로 우대’ 규정에 노인 나이가 65세로 규정돼 있고 여러 제도에서 이를 준용하면서 노인의 나이가 65세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현재 만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높아질 예정이며 법정 정년은 60세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이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0~75세다. 2022년 일본은 원래 60~70세였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0~75세로 늘려 재정 안정성을 강화했고, 작년에는 2031년부터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은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법정 정년을 연장하지 않고 노사가 합의해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 중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은 계속고용을 택했다.
호주도 지속적으로 노인 연령을 상향하고자 하는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연금 개시 연령이 67세인 호주는 2014년 해당 연령을 2035년까지 70세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노인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2018년에 폐기됐다.
독일은 현재 66세인 정년을 2031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2020년에는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선진국들도 경로 우대나 보건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령 기준은 정년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분야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 지하철 경로 우대 할인 제도가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노인 보건 서비스 역시 70세 이상을 기준으로 주어진다. 독일은 대중교통 할인 혜택이 정년보다 낮은 65세부터 제공된다. 영국도 런던 지하철은 60세 이상부터 할인 혜택이 주어져 연금 수급 연령(67세)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노인 연령을 상향하기보다 이들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해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도 62~63세는 절반 정도가 일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더 활발하게 일하도록 하면 사회보험도 납부하고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정책을 줄이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자리와 정년을 늘리는 접근보다는 노인들이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고령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야별 특성에 맞춰 노인 연령 상향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구집단별 건강 수준의 격차와 변화 추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며 “노인 연령 상향으로 소득이 단절되는 노년층이 늘어나면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