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절 조성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반도체 등 첨단주력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별도 기금 재원으로 쓰인다. 올해 청산을 앞둔 기안기금의 회수재원 4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이 유력하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3일 금융위원회 및 산업은행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개최를 위해 경제단체 및 반도체, 이차전지 등 업종별 협단체 등 민간과 공동으로 분과위원회 개최 준비에 들어갔다. 분과위원회에서는 지난달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서 밝힌 반도체·배터리 분야 투자를 위한 첨단산업기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재원 방식 등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해 조성했지만 쓰이지 못했던 기안기금의 회수 재원과 잔여 자산을 첨단산업기금 조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재원 조달 방식 역시 기안기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보증하는 산업은행 기금채권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당시 항공업과 해운업을 비롯한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정유, 항공제조, 석유화학업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로 조성한 자금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당초 40조원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지난해 10월까지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데 그쳤다. 코로나 위기 극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만큼 올해 말 청산이 예정됐다.
부처 고위 관계자는 “올해 말로 운용이 종료되는 기안기금을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전용한다고 보면된다”면서 “공급망안정화기금과 마찬가지 구조로 매년 국회의 동의를 받아 국가 보증 규모를 정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의 범위도 반도체, 이차전지 뿐만 아니라 AI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넓히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항공업, 해운업을 중심으로 금융위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거쳐 추가 지원 대상을 정했던 것과 같이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직접 지원이 시급한 업종을 빠르게 선별하기 위해서다.
이달부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분과위원회에 민간이 참여하는 것 역시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우리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하기 위해서다. 그간 산업경쟁력강화회의에는 부총리와 산업·고용부 장관, 국조실장,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등 부처 관계자들만이 참여했다.
특히 AI 분야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와 함께 집중 육성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야다. 반도체 등과 마찬가지로 AI산업의 경우 초창기에 자본집약적 투자가 요구되는 것은 물론 한국어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원천기술 연구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구자현 KDI 선임연구위원은 “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만큼은 각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선제적이고 장기적으로 산업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금융 차원에서도 다양한 민간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보다 세밀하게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