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FA-50, 필리핀서 ‘수출 대박’ 이어간다 [박수찬의 軍]

2025-01-2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드는 국산 FA-50 경공격기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2023년 폴란드(48대)와 말레이시아(18대)에 FA-50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필리핀도 FA-50 12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2014년 FA-50의 필리핀 개량형인 FA-50PH 12대를 구매한 이후 두 번째다.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국방부는 지난달 무기 도입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담은 협상 운영 세칙(TOR)을 승인했다. 필리핀 의회 심의를 거친 올해 예산에는 FA-50 12대 추가 도입비로 400억 페소(약 1조 원)가 책정됐다.

KAI는 지난해 9월 FA-50PH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자로도 선정된 바 있다. 10여년 전 필리핀에 처음 진출한 이래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FA-50 추가 수출이 실현되면 필리핀 군수 시장에서 국내 방위산업체의 영향력을 한층 높이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중장거리 교전 능력을 갖추지 못한 FA-50으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는 필리핀군의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기 어렵다.

필리핀 시장을 계속 유지하고 필리핀군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수단을 필리핀군과 정부에 제안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FA-50 선택한 이유는

필리핀은 의회의 승인을 받은 올해 예산 중 전력 증강 분야에서 FA-50 12대 도입을 비중있게 다뤘다. 사이버 체계와 호위함 무장·센서 개선, 155㎜ 자주포 유지보수 사업보다 FA-50 예산이 더 많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해당 예산 사용은 아직까진 승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오는 5월 총선거(상원, 하원, 지방)가 예정되어 있다. 의회와 지방 권력의 재편을 포함한 정치적 지형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고려해 지난달 군수 예산 관련 움직임을 잠정적으로 멈춘 상태다.

그렇지만 FA-50 12대 도입과 관련한 예산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필리핀에 추가 수출이 이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하반기쯤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필리핀이 FA-50 12대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은 지난 2014년 FA-50 12대를 처음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10여년 동안 얻은 안보적 이익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필리핀은 이슬람국가(IS) 계열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 잔당을 비롯한 무장조직들이 남부지역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선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필리핀은 중국과 해상분쟁이 발생하면 대응이 쉽지 않았다. 빈약한 공군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FA-50을 도입하면서 필리핀은 내·외부의 위협에 공군력을 통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AIM-9L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GM-65 단거리 공대지미사일, 폭탄 등을 탑재하는 FA-50은 제한적이나마 공중전·공대함·지상공격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무장조직과 중국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게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말에 처음 필리핀에 배치된 FA-50은 2016~2017년 현지 반군을 상대로 공습을 개시, 정부군의 작전에 큰 도움이 됐다. 낮은 고도에서 무유도 폭탄을 투하한 것이지만, 대공화기를 갖추지 못한 반군에겐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2021년 3월에는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인 남중국해 휫선(Whitsun) 암초 인근에 정박한 220여척의 중국 선박에 퇴거를 요구하는데 투입됐다.

FA-50은 필리핀의 영공 방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초음속 경공격기로서 단거리 공중전 능력을 지닌 FA-50은 공중전투초계비행에 나설 능력이 있다.

공중전투초계비행은 영공을 침범한 항공기를 식별해 쫓아내거나 영공 외곽으로 유도하고, 항공기 납치 등의 사고에 대응하는 활동이다.

상대방 항공기에 근접해서 식별·검문·대응하므로 근접 기동성이 우수한 초음속 기종이 적합하다. FA-50은 경제력과 공군 전력이 빈약하지만 지켜야 할 영공은 넓은 필리핀에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국을 견제할 우방국과의 안보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필리핀은 FA-50 도입 이후 남중국해 문제에서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선진국과의 연합공중훈련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초음속 전투능력을 지닌 FA-50을 운용하면서 미국, 호주 등 강력한 공군력을 지닌 우방국과 보조를 맞추는데 필요한 최소 수준의 능력을 확보한 것이다.

필리핀에서 연합훈련을 하면, 훈련에 참가할 우방국 군대를 필리핀으로 불러들이게 된다.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를 과시해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견제하는 전략적 이익이 있다. 실질적인 전투능력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미 공군 F-16과 필리핀 공군 FA-50이 참가해 2023년 5월 실시한 코프 선더(Cope Thunder) 연합훈련은 필리핀 클락 기지에서 열렸다.

지난 2016년 미군과 필리핀군이 실시한 발리카탄 연합훈련에서 필리핀 공군 FA-50은 미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지원을 받아 가상 적기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

필리핀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다국적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리핀 공군 FA-50은 지난해 호주에서 열린 피치 블랙(Peach Black) 훈련에 참가, 미국 등과 합동작전을 펼쳤다.

필리핀에 추가로 수출될 FA-50이 폴란드, 말레이시아에 판매될 기종처럼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장착한다면, 기존 FA-50보다 더 먼 거리를 탐지해서 정확하게 공격할 능력을 얻게 된다.

후속군수지원체계도 갖춰져 있고 조종사와 정비사들도 FA-50에 익숙한 만큼 단기간 내 작전투입이 가능하다.

숫자도 24대로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공중작전 수요에 충실하게 부응할 수 있다. 필리핀 공군의 전투능력이 그만큼 강해지는 셈이다.

◆타국 견제 막을 방법 서둘러야

필리핀군이 FA-50 추가 구매 조짐을 보이면서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FA-50의 우위는 한층 확고해졌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태국, 필리핀이 T-50 또는 FA-50을 운용중이고 말레이시아가 FA-50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전투기를 구매할 때는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때 라팔, 유로파이터 등 첨단 기종 도입을 검토하던 말레이시아가 FA-50을 최종 선택한 것은 미국산 엔진을 쓰면서도 가격은 다른 기종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동남아 지역을 K방산의 시장으로 유지하려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고객이 향후 이탈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집토끼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보다 더 우수한 무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방위산업의 대표적 아이템인 라팔 전투기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그리스, 카타르 등에 수출됐다.

이들 국가는 라팔 제작사인 닷소가 냉전 시절 개발한 미라지 전투기를 썼던 국가들이다.

과거의 수출 실적을 통해 프랑스의 무기체계 및 지원·무장 시스템에 익숙한 국가에 성능이 한층 높아진 무기를 판매,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부가가치도 높였다.

비싸고 내구성이 우수한 첨단무기는 수십년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십년에 걸쳐 프랑스 무기를 운용하고 구매한 국가들은 프랑스에 오랜 기간 경제·정치적 이익을 제공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프랑스의 방산수출 전략과 성과는 한국에도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산 무기를 구매한 국가들에 새로운 장비를 제안하고 공급해서 해당 국가의 군사력 증강을 돕고 K방산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과거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K200 장갑차를, 방글라데시에 호위함을 수출했으나 일시적인 성과에 그쳤다. 현재는 필리핀에 FA-50과 호위함을 판매했으며, 원양초계함 등도 계약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더 높은 무기를 필리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FA-50은 경공격기다. F-16을 비롯한 전투기와 비교하면 성능상의 한계가 뚜렷하다. 전투행동반경은 444㎞, 기본항속거리는 1852㎞다. 오랜 시간에 걸쳐 비행하기가 어렵다.

미국산 AIM-120을 포함한 중장거리 공대공·공대지미사일, 대함미사일, 대레이더미사일 등을 탑재하지 못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는 중국 공군은 J-16 등 항속거리가 긴 다목적 전투기를 대량 보유하고 있고, 공중급유기도 운용한다. FA-50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현재 필리핀은 FA-50보다 우수한 전투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AI가 개발해서 양산이 진행중인 KF-21은 FA-50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다.

한국의 항공무기체계 기술과 전술 등에 익숙한 필리핀 공군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종이다. FA-50으로 확보한 필리핀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지키고, 필리핀 공군의 능력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가 판매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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