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쿠팡 그리고 김범석의 책임감

2025-12-04

쿠팡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는 기업 보안 사고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에 막대한 비용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러올 파장은 커머스나 플랫폼 업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하고, 디지털 경제 신뢰를 근간부터 흔들었다.

당장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정교한 피싱과 스미싱의 재료가 되어 금융 소비자들을 노릴 수 있다. 이번 사태로 금융권이 검토하는 보안강화 전략은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계 역시 날벼락을 맞았다. 보안 사고가 터질 때마다 더해지는 규제는 혁신 속도를 늦추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플랫폼 기반 금융 혁신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커졌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이 활발해지는 시점에서 터진 이번 사고는 “플랫폼 기업에 내 돈을 맡겨도 되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던 수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감시와 불신의 눈초리를 감내해야 한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그 밑거름은 다름 아닌 한국 시민들의 데이터였다.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긴 데이터를 자산 삼아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면서, 정작 그 자산을 지키는 데는 소홀했다. 한국 시민 데이터를 쓰면서 기업 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사태 이후 김범석 쿠팡 의장의 침묵은 실망스럽다. 글로벌 경영인으로 부상한 그가, 정작 자신을 키워준 한국 시장의 위기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 책임 경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 의장이 직접 나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피해 보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쿠팡은 '돈만 아는 외국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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