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치국 회의 고용·실업 대책 제시
2분기 금리인하, 하반기 새 대책 예상

중국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27일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가운데 회의를 열고 미·중 관세전쟁 이후 경제 상황을 논의했다. 정치국 회의는 공산당 서열 24위 이내 인사들인 정치국 위원들이 참여하며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정치국은 회의 결과를 담은 공보에서 “중국의 경제회복 기초는 더욱 견고해질 필요가 있으며 외부 충격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충분히 대비해서 경제 업무를 착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국 회의는 이어 “안정 속에서 발전을 추진하는 기조를 우선시”하며 “국내 경제 업무와 국제 경제무역 ‘투쟁’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국 회의는 고용 안정을 제1순위 업무로 꼽았다. 미국이 부과한 145%의 고율관세 영향이 5월부터 본격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치국 회의는 관세 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에 실업보험 환급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또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은 노동자 임금의 1%를 실업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며 현재 대기업은 30%, 중소기업은 60% 환급받을 수 있다.
정치국 회의는 소비 증대를 강조했지만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기존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기존 정책 체계만으로 2분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타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올해 총 1조3000억위안(약65억8000억원) 규모로 예정된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이 지난 24일 시작됐다. 각 성 정부는 소비 대책을 발표했으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7일~30일 회의를 열고 민간경제촉진법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새로운 비상 조치는 3분기 이후 시행할 것이라고 차이신은 전망했다. 2분기 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국 인민은행이 2분기에 은행의 지급준비금 규모를 0.5%p 인하하고, 4분기에 비슷한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린틱 카운슬의 쑹원티 연구원은 정치국 회의 결과를 두고 “국제 거시경제 환경이 적대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중국이 참호를 파고 미국과의 장기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공개된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전화를 걸어와 통화했으며 3~4주 이내 관세 문제를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언제 통화했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로 두 정상 간 통화 사실이 공식 공개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 17일 이뤄진 것이 유일하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신뢰하지 않으며 조만간 관세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장바오후이 홍콩 링난대학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와의 모든 합의는 나중에 뒤집힐 수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했다.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중국의 관세 협상 조건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적대적 중국 발언을 멈추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는 홍콩·위구르 등의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폴 램 홍콩 법무부 장관, 레이먼드 시우 홍콩 경찰청장 등 6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중국 외교부도 미국 의원과 고위 관료,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