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부보다 시간의 불평등이 더 위협적이다

2024-12-20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1946)는 “오는 2030년이 되면 사람들이 주당 평균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그 기대는 성급했다. 2030년을 목전에 둔 현재 주당 40시간인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이 위협받고 있다. ‘장시간 노동국가’ ‘과로 사회’ ‘일중독 사회’라는 꼬리표도 여전하다.

세계적인 노동경제학자인 영국 런던 소아스(SOAS) 대학 연구교수 가이 스탠딩의 신간 ‘시간 부평등’(원제 The Politics of Time: Gaining Control in the Age of Uncetrainty)는 부의 분배만큼이나 불평등한 시간의 분배에 관해 자문하고 자답한 책이다.

책은 우리 개인의 시간을 통치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이라고 보고, 그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시간의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불평등 가운데 최악’이라고 주장한다. 능동적인 정치적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 배제되는 현실이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켜 각종 불평등과 빈곤과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에 매몰된 시간 속에서 돌봄, 우정, 정치적 참여와 숙의 등의 자리는 점점 더 좁아졌다.

저자는 이에 따라 일할 권리가 아니라 일하지 않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통스럽고 힘든 활동인 ‘노동’과 사회구조와 공동체 유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의 구별을 강조하며, 노동이 우리의 시간에 필수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한편 저자는 현대인들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살게 된 역사적 맥락을 추적한다. 산업혁명으로 시간은 자원과 생산수단을 독점한 소수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됐고, 대중은 장시간 노동에 익숙해졌다. 대부분 사람들이 일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고 노동으로 소진된 심신을 잠깐의 오락과 휴식으로 간신히 회복하며 매일을 보낸다.

또 노동에 잠식당한 시간의 이면에는 노동주의에 매몰된 좌파들의 실책도 자리한다고 진단한다. 자유롭지 않은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정당한 분배와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데 그쳐 소수의 부를 위해 다수의 시간이 희생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앞서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사회 계급 개념을 정립하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맞서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해 왔다. 프레카리아트는 이탈리아어로 ‘불안정한’이라는 의미의 ‘프레카리오(precario)’와 마르크스가 말한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불안정 노동계급’이란 뜻이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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