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과 불안정한 취업이 부른 또 다른 불평등, 바로 시간 불평등[BOOK]

2024-12-20

시간 불평등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경쟁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체제가 고착되면서 복지‧공공서비스 축소, 공영사업의 민영화 등 국가의 보호는 날로 약화되고 있다. 그 피해는 ‘을’인 임금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영국 노동경제학자로 세계노동기구(ILO)에서 30년 이상 사회‧경제적 보장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은이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로 ‘시간 불평등’을 꼽는다. 취업난과 연속적이지 않은 간헐적 취업, 또는 예측이 어려운 불안정한 취업 상태가 일반화화면서 임금 노동자들이 보수도 받지 못하는 구직활동이나 수입 유지에 필요한 각종 활동에 자신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 결과 자신의 시간도, 여가도, 직업 안정성도 없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전전하면서 불안정한 삶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비용 최소화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도입하고 기계화‧자동화가 강화된 것이 배경이다.

지은이는 저임금·저숙련 노동과 각종 무보수 활동에 자신의 알토란 같은 시간을 내놔야 하는 불안정한 노동계층을 ‘프레카리아트(precariat)’로 부른다.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조합한 개념어다. ‘불평등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시간 불평등’이라고 강조하는 지은이는 프레카리아트 해소책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일자리를 얻어야 비로소 수입을 얻게 되는 ‘사후 보상’ 체제보다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사전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시민적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려면 정부의 공공서비스의 확대‧유지와 함께 기본소득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생계를 위한 ‘노동’과 인간적인 삶과 필리아(시민적 우정)를 위한 ‘일’을 서로 구별했던 고대 그리스인의 지혜를 오늘날에 살리는 일이다. 지은이는 현재 런던의 ‘동양학‧아프리카 연구 대학(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교수로 일한다. 원제 The Politics of Time.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