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그냥” “싫어”. 요즘 아이들의 단골 멘트다. 뭘 물어도 생각 없이 답하는 듯 보이고, 생각 나는 대로 행동하는 것만 같다. 답답한 마음에 “생각 좀 하고 말해”라고 하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답을 잘 찾는 것도 아니다. 답 찾는 건 뒷전, 어느새 쇼츠에 빠져 있다. 도통 생각을 하려 하지 않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생각의 비밀』의 저자 김태훈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는 “대화 패턴만 바꿔도 충분히 배우고 익힐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생각의 작동 방식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자다. 인간의 뇌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거기서 생기는 오류 등을 연구한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생각하는 또 다른 존재,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가 등장하면서 ‘생각’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정답 찾는 생각이 가치 있었다면, 이제는 그 이상을 생각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넘어 남들은 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까지 내놓는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독창적 사고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 능력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짬이 나면 스마트폰을 열어 동영상을 보는 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는 “독창적 사고는커녕, 정답을 찾기 위한 생각조차 멈췄다”며 “생각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22일 그에게 직접 물었다.
이런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어요
-유튜브, 게임에만 빠져 있는 아이의 사고력, 괜찮은 걸까요?
-뭘 물어도 건성으로 답하는 아이, 생각하게 만들려면?
-다 알고, 이해했다면서 틀리는 이유가 뭘까요?
-문제를 꼼꼼히 읽지 않는 습관,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목표만 한가득 세우고 실천을 못한다면?
-“왜?”라는 아이의 질문,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스마트폰 사용 원칙, 약속 꼭 지키게 하려면?
-아이와 싸우지 않고 쉽게 대화하려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요?
🔎관찰: 아는 것도 확인하라
“아는 건데…. 실수했어.” 채점 결과를 들여다보며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설명해 보라고 하면 어김없이 하지 못한다. 그러니 틀린 걸 또 틀리는 일도 허다하다.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설명해 주지만, 그때 뿐이다. 습관처럼 ‘실수’를 반복한다. 대체 뭘 놓치고 있는 걸까? 김 교수는 “안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꼼꼼히, 정확하게 관찰하는 습관이다.
결국 문제를 제대로 안 읽어서 반복해서 틀린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집니다. 정보가 입력되면, 해석하고, 판단하죠. 그런데 뇌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요.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나의 경험이나 배경 지식에 근거해서 정보를 제거하고 받아들이지 않기도 하고,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하죠. 경험과 배경 지식으로 인해 정보 입력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