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첫 여성총리 칼레다 지아 80세로 별세

2025-12-30

방글라데시 최초의 여성 총리(재임 1991∼1996년, 2001∼2006년)를 지낸 칼레다 지아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 대표가 30일(현지시간) 80세로 별세했다.

BNP는 지아 전 총리가 장기간 투병 끝에 이날 오전 별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행성 간경변, 관절염, 당뇨병, 흉부 및 심장 질환 등으로 지난달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방글라데시 과도 정부를 이끄는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고문(총리격)은 성명을 내고 “국가는 위대한 수호자를 잃었다”며 “그의 리더십은 국가를 비민주적인 상황에서 여러 차례 해방했고, 국민에게 자유를 향한 열망을 불어넣었다”고 추모했다.

지아 전 총리는 지아우르 라흐만 전 대통령(재임 1977~1981년)의 부인으로, 1981년 남편이 군사 쿠데타로 암살되자 정계에 입문했다. 정계 입문 3년 뒤에는 남편이 창립한 BNP의 대표직에 올랐다. 당시 집권한 후세인 무함마드 에르샤드 전 대통령(재임 1983∼1990년)이 군사독재를 펼치자,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하시나 전 총리는 ‘방글라데시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1920∼75) 초대 대통령의 딸이다.

이후 그는 1990년 대대적인 민주화 시위로 에르샤드가 실각하자, 1991년 사실상 처음으로 치러진 자유선거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올랐다. 방글라데시 최초의 여성 총리였다. 1988년 파키스탄의 총리로 선출된 베나지르 부토에 이어, 이슬람 국가에서 민주 정부를 이끈 두 번째 여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하시나와 갈등하며 그의 정치 인생은 큰 부침을 겪게 된다. 그가 총리에 오른 뒤 하시나 전 총리가 야당인 아와미연맹을 이끌며 정치적 라이벌 관계로 돌아서면서다. 결국 1996년에는 하시나 전 총리에게 정권을 내주게 된다.

2001년 방글라데시 최대 이슬람주의 정당 ‘자마트 에 이슬라미’의 지원을 받으며 정권 탈환에 성공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과 고위층 부패 의혹으로 2006년 반정부 시위가 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다시 하시나가 정권을 잡으며, 지아 전 총리는 2018년 횡령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투옥됐다가 2020년 건강상의 문제로 가택연금 됐다.

그는 재임 기간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고 부가세 도입, 외국인 투자제한 해제, 초등교육 의무화 등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해 8월 하시나가 학생 시위로 쫓겨난 뒤에는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대법원에서 횡령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외신은 지아 전 총리가 이끌던 BNP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지아 전 총리의 사망으로 그의 장남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타리크 라흐만(60)이 BNP를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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