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러 투톱'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특허·관세 대응 '엇갈린 행보'

2025-10-31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양대 기업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특허와 관세 등 대외 변수에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으며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3분기 실적이 나란히 성장세를 보였지만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로 3분기 매출 1조2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역대 최대 3분기 매출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8294억원으로 작년 대비 13.5% 늘었으며 추세대로라면 연 매출 4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24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조1430억원) 대비 9% 성장했다. 마일스톤 수익 감소에도 바이오시밀러 자체 판매가 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 시장에 출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CVS 등 대형 PBM(약품급여관리사)과 프라이빗 라벨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 유럽에서는 에타너셉트·우스테키누맙·에쿨리주맙 등 주요 품목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전체 매출의 약 60%를 안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최근 연매출 약 13조원(9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아일리아' 관련 특허권 분쟁을 두고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특허권자 리제네론과 국내 기업 최초로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이 주목된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내년 12월 31일부터 미국 시장에서 아일리아 시밀러 '아이덴젤트'를 출시할 수 있는 길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경쟁사 대비 불확실성을 조기에 털어내고 시장 선점 기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리제네론의 특허 소송은 산도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포미콘, 마일란, 바이오콘바이오로직스 등이 대상이었으며 그간 암젠만 유일하게 승소해 내년부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미국 출시가 가능했다"면서 "이번 합의에 따라 셀트리온도 내년 12월 31일부터 출시에 합류하며 글로벌 기업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 관련 전략을 좀 더 신중하게 조율하는 분위기이다. 셀트리온의 선제적 합의와 달리 소송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아일리아 분쟁 관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법적 소송 진행 중으로 추가 변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관세 이슈도 업계 기류를 바꾸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외국산 의약품에 대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해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최근 한·미 의약품 관세 협상 타결로 제네릭(복제약) 무관세, 바이오시밀러는 최악의 경우에도 최혜국 대우(15%) 관세 수준으로 조정됐다. 업계 부담이 크게 완화된 가운데,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셀트리온은 관세 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이미 미국 내 현지 생산시설 인수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Branchburg)에 소재한 일라이 릴리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선제적으로 조치한 2년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CMO(위탁생산)사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현지 생산 공장 확보까지 마무리하며 모든 관세 리스크를 털어버린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향후 생산시설 변경과 증설까지 실현되면 셀트리온이 미국 내 공급하는 주력 제품뿐 아니라 향후 출시될 제품들도 일찌감치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현지 제품 생산으로 기존 발생했던 미국 향 물류비를 비롯해 외주 CMO 대비 생산 비용을 상당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어 미국 내 제품 경쟁력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현지 공장 확보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앞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바이오재팬 2025 현장에서 미국 생산시설과 관련해 "미국 진출은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관세 불확실성 등이 커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인건비와 건설비가 한국보다 약 70% 이상 높은데, 최대 15% 관세를 적용 받는다면 현지 생산시설 확보의 이점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달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조직을 분리하게 되면서 미국향 시밀러 공급을 위한 독립적 CMO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미국 내 CMO 시설 확보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품목 출시 시기가 최근일수록 외부 CMO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인적분할로 공급 체계 자율성을 확보할 경우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은 한층 유연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시밀러 관세는 업계 반응이 전반적으로 유사한데, 구체적 사항이 정해져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며 "정책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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