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입찰·재하청 논란…정부 규제, 해법 될까 갈등 될까

2025-08-25

정부가 건설업계의 중대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 고강도 규제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자, 건설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해법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업계는 이미 안전에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규제”라고 비판하는 반면, 전문가는 지금의 규제 강화가 그동안 방치됐던 산업의 ‘구조적 비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적기라고 평가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입찰 제한, 영업정지 등 규제 강화 방침에 대해 “이미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고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안전 관리를 위해 이미 조직도, 비용도 엄청나게 늘었다”며 “원래 팀 단위였던 안전 관리 부서가 실 단위로 격상됐고, 직급도 전무급으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구조적 문제’를 지목했다. 특히 공공공사에서 예정가의 70~80% 수준으로 이뤄지는 저가 입찰 관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협력업체에 공정을 나눠 맡기는 특성상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 의식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만 일방적으로 때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본처럼 국가 차원에서 로봇 중심의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지금쯤은 정부가 강경하게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규제 강화를 지지했다.

그는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대기업들이 가처분 소송으로 처벌을 피해왔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대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하청의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비정상적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2021년 한 붕괴사고의 철거 비용은 50억 원이었는데, 재하청을 거쳐 실제 시공업체가 받은 돈은 9억 원에 불과했다”며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새어 나가니 안전관리에 투입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매일 인력시장에서 충원되는 일용직 근로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 부재, 언어 장벽 등도 현장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미국은 협력업체가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는 구조라 무분별한 저가 입찰 경쟁이 차단된다”며 “이번 정부의 방향은 말뿐인 선진화가 아닌, 제도적 선진화를 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결국 건설업계는 “이미 충분히 안전 비용을 투입했다”며 규제를 비판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도급 구조적 비리와 저가 입찰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전 사고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단순한 처벌 강화에 그칠지, 아니면 건설 산업의 고질적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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