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염료 '메틸렌 블루'가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까지 파란색으로 물들인 모습이 확인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 연구진은 생전 메틸렌 블루를 투약한 시신에서 뇌, 심장, 폐, 췌장 등 장기가 청록색으로 변한 것을 확인했다고 의학저널 '법의학, 의학 및 병리학'(Forensic Science, Medicine and Pathology)을 통해 밝혔다.
메틸렌 블루는 말라리아와 메트헤모글로빈혈증 같은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자 염료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헤모글로빈이 몸 전체로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희소 질환이다.
실제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온라인에서 메틸렌 블루가 암을 이겨내고, 노화를 막고, 코로나19를 치료하는 '기적의 약'이라는 과장된 소문이 돌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부 연구에서 특정조건 하에 항암제 내성을 가진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항암제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또, 올해 2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이 메틸렌 블루로 추정되는 파란색 액체를 물에 타서 마시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케네디 장관이 실제로 메틸렌 블루를 섭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72세 남성의 시신을 부검하던 중 뇌가 파란색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기존에 등록된 데이터베이스를 탐색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부검 기록 1만 5820건 가운데, 푸른색 장기를 가진 경우는 총 11건으로, 이 중 6명이 사망 직전 메틸렌 블루를 섭취하거나 일정량을 투여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5명은 톨루이딘 블루라는 의료용 염료나 인디고카민이라는 파란색 염료가 포함된 로히프놀(진정제), 브릴리언트 블루 FCF 염료가 포함된 세척제를 복용하거나 투여받았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메틸렌 블루가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신경과학자 앤소피 플루리는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온라인에 알려진 수많은 이점은 설치류를 대상으로 하거나 페트리 접시를 이용한 예비 연구에 근거한 내용”이라며 “확실한 인체 임상 시험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또한 메틸렌 블루가 프로작, 조로프트, 심발타 등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될 경우 세로토닌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세로토닌이 과다한 경우 생기는 세로토닌 증후군은 고열, 발작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메틸렌 블루는 세로토닌을 분해하는 효소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