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토트넘(잉글랜드)과 계약이 2024~2025시즌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구단의 1년 연장 옵션 결정이라던지,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 가운데 손흥민의 거취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함께 언급되는게 ‘보스만룰(Bosman ruling)’이다.
‘보스만룰’은 프로축구 선수의 이적 자유에 대한 1995년 보스만 판결의 일부다. 벨기에 축구 선수 장 마크 보스만의 이름을 땄다. 보스만은 1990년 벨기에 1부팀 RFC 리에주와 계약이 만료된 뒤 프랑스 2부팀 덩케르크로 이적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소속팀 리에주가 보스만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계약이 끝난 선수도 팀을 떠나기 위해서는 원 소속팀의 허가가 필요했다. 리에주는 보스만에 대한 이적료를 요구했고, 덩케르크가 이를 거부하자 보스만을 방출하지 않고 팀에 묶어뒀다. 주전에서 제외된 보스만은 급여가 절반 이상 삭감된 상태로 리에주에 머물러야 했다. 소속팀과의 이 갈등으로 벨기에 축구협회로부터 출장 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이후 보스만은 유럽사법재판소에 자신의 사건을 제소했다. 오랜 투쟁 끝에 1957년 유럽 연합 내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로마 조약’을 인용한 보스만 측이 벨기에 축구협회, 소속팀 리에주, 유럽축구연맹(UEFA)를 상대로 승소했다. 20대 중반이던 보스만은 남은 축구 커리어가 망가졌지만, ‘보스만 판결’은 후에 현대 축구를 크게 변화시킨 규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5년 12월부터 유럽축구에 적용된 ‘보스만룰’에 따라,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은 선수들은 유럽 내 다른 국가의 클럽과 이적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근래 축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적 중 일부는 ‘보스만룰’의 결과로 평가된다. 1996년 네덜란드의 축구 스타 에드가 다비즈가 아약스(네덜란드)에서 AC밀란(이탈리아)로 이적하며 이 규정을 적용받은 최초의 유명 축구선수가 됐다. 1999년 리버풀(잉글랜드)에서 뛰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계약한 잉글랜드 미드필더 스티브 맥나마만도 ‘보스만룰’ 덕분에 당시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선수라는 ‘혜택’을 누렸다. ‘6개월 전 사전 협상’이 해외 클럽에만 적용되지 않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이적이 더 활성화돼 있다. 유럽 최고의 골잡이로 평가받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가 2014년 1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것도 ‘보스만룰’을 통해 이뤄졌다.
‘보스만룰’ 도입으로 계약 만료를 앞둔 선수들은 이적료가 없는 대신 새로운 팀과 높은 계약금과 급여를 받기 위해 협상할 수 있게 됐다. 팀들은 팀 내 핵심 선수들의 무료 이적을 막고자, 선수들에게 더 높은 급여를 주며 재계약을 하는 풍경도 생겼다.
또 ‘보스만룰’ 이전에 유럽 클럽들은 클럽대항전 출전하는 유럽 내 외국인 선수를 최대 3명까지만 쓸 수 있었는데, 그 제도가 사라지면서 현재의 챔피언스리그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잡는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스만은 이후 20년이 지나 가진 인터뷰에서 “아무도 저에게 감사하다고 연락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에게 이 규정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보스만룰’은 스포츠에서 세기의 법적인 이슈로 표현되는데, 내가 많은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보스만룰’에 따라 다른 팀들과 사전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유명 선수들이 적지 않다. 토트넘에서는 손흥민를 비롯해 손흥민의 ‘절친’ 벤 데이비스가 있고, 버질 판다이크,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무함마드 살라흐(이상 리버풀), 케빈 더브라위너, 일카이 귄도안(이상 맨체스터 시티), 빅토르 린델로프, 조니 에반스, 해리 매과이어(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라 아이나(노팀엄),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