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겠다”…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배경 설명에 집중, 공약은 서면으로 대체

2025-01-03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이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 발표 대신 현 선거 체제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허 전 감독은 “시간 관계상 공약은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의 배경과 정당성 설명에 무게를 실었다.

허 전 감독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을 알고 시작했지만, 협회와 선거운영위원회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불공정과 불투명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선거운영위원회가 8인 위원회의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삼자 참관 없이 진행된 선거인단 추첨 과정의 불투명성도 거론했다.

협회는 지난달 18일 퇴근 시간이 지난 오후 6시50분 홈페이지 한쪽에 선거인 명단을 공고했고, 다음날 일정 공고 없이 추첨을 진행했다. 허 전 감독은 이런 과정이 정상적인 선거 관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된 규정 위반은 구체적 수치와 함께 지적했다. 허 전 감독은 규정상 194명이어야 할 선거인단이 173명으로 축소됐으며, 제외된 21명 중 대다수가 현장 축구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도협회와 연맹 임원들의 정보제공 동의는 11월 말에 미리 받아놓고, 선수와 감독들의 동의는 뒤늦게 요구한 것은 의도적 배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제기한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허 전 감독은 “사법적 판단에만 의존하거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향후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승산 없는 소송’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처분 인용 여부로 불공정성이 판가름 나는 것은 아니다”며 “축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허 전 감독은 최근 문체부 감사 결과도 거론하며 현 집행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협회가 부당한 업무 처리로 56억원의 환수금과 25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과 감독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온라인·사전 투표 제안이 거부된 것도 문제 삼았다. 협회가 FIFA 규정을 핑계로 들거나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제대로 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처분 신청 이후 행보에 대해 허 전 감독은 “스포츠인으로서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운동장 상태가 나쁘다고 중단하는 법은 없다”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가처분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신중히 검토한 후 1월 8일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약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100년을 위해 뛰겠다”며 월드컵 8강 이상, 글로벌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만을 간단히 언급하고, 상세 내용은 서면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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