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감찰 거부… ‘부정선거론’ 의혹 자초 [심층기획-새로운 대한민국으로]

2025-04-08

‘감시 사각지대’ 선관위

소쿠리 투표·채용비리 큰 파장

특별감사관 도입 등 방안 모색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신뢰하십니까, 신뢰하지 않습니까?”

한국갤럽의 3월2주차 여론조사에서 선관위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였다. ‘신뢰한다’는 응답이 51%,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였던 1월 2주차 조사보다 불신이 더 커진 것이다. 이 사이에는 ‘선관위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지난 2월27일) 발표가 있었다.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선관위가 자초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며 증폭시켰다. 2022년 20대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전투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 비닐봉지 등에 모아 옮기고, 이미 기표한 용지를 나눠주는 등 선거관리 부실이 드러나며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에 대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2023년 5월에는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에도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거부하며 버텼다. 지난달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10년간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가 실시한 경력채용 291회에서 총 878건의 규정 및 절차 위반이 확인됐다. 내부적으로도 “선관위는 가족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 전반에서 채용 비리 등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이다. 또 선관위는 2023년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국가정보원과 행정안전부의 보안점검을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합동 보안점검을 받은 바 있다.

결국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세우며 무풍지대에 자리해온 선관위에 대해 내·외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을 두고도 ‘감시 사각지대’가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선기 동국대 교수(법학)는 8일 통화에서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 선관위를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국회는 선관위가 ‘사실상 갑’이나 마찬가지고,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원도 견제를 못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인사 관행을 개선하고, 상근직 선관위원장이 내부 조직을 관리·감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국회가 지정하는 특별감사관이 선관위 행정사무 전반에 대해 감찰하는 ‘선관위 특별감사관법’을 당론 발의하는 등 선관위에 대한 감시·견제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국민의힘은 ‘선관위 개혁을 위한 5대 선결과제’를 발표하고 △특별감사관 도입 △선관위 사무총장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임 금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양부남 의원은 지난달 18일 선관위 소속 고위직 공무원의 가족이나 친척이 경력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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