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골만 찾아갈 수 있는 정비 맛집, 자동차정비사 김정갑

2024-09-28

수암시장 인근에 자리 잡은 삼성애니카 수암점은 인근 주민들도 잘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입구가 좁고 가로수에 가려져 단골만 찾아갈 수 있는 정비 맛집이다. 좁은 입구에 비해 내부는 길쭉하고 넓은 편이며 고객 대기실에는 다양한 식물들과 LP판, 수석(水石)으로 채워져 있어 정비하는 공간과 대비되는 안락함을 제공한다. 이곳의 김정갑 공장장을 만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손으로 조작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쳐서 정비사로 정착한 이후 2004년부터 이곳에서만 20년 이상 일해오고 있다.

군대 전역 후 한 선배를 돕기 위해 잠깐 울산을 방문했다가 자동차 정비에 관심을 가졌고, 자동차가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이에 관해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서울의 학원에서 한 달 반 정도 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교육생으로 만난 친구의 소개로 서울 장안평의 에어컨전문점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때 울산에 있던 선배가 교통사고를 당해 도움을 요청해 왔고, 그는 서울에서 다시 울산으로 내려와 선배의 자동차정비소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정비 일에 슬럼프를 겪으면서 더 역동적인 일을 찾다가 울산과 해운대를 잇는 도로 공사에서 화약류를 사용하는 발파공으로 전향했다. 2년 차에 접어든 어느 날 출근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척추가 골절돼 2개월 동안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다. 이후 건설 쪽 일을 하기에 무리가 있어 다시 원래 하던 정비 일로 돌아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가 하는 주 업무는 사고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현장으로 출동해서 사고를 수습하거나 직접 정비소로 찾아오는 고객들의 일반 수리다. 좁은 입구와 가로수에 가려져 뜨내기손님보다는 단골이 더 많다. 보험사와 연계해 찾아오는 손님이나 블로그를 보고 방문하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울산이나 인근 지역의 자동차 정비 관련학과 학생들이나 사설학원 교육생들의 실습을 위한 현장 실습 교육도 진행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을 보거나 자격증도 따지 않고 이 일에 덤벼드는 학생들을 보면 답답할 때도 있다. 자동차의 메커니즘도 많이 변화하고 이 일의 처우가 좋지 않은 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이 이 업계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라며 걱정했다.

다양한 고객을 응대하면서 힘들 때도 왕왕 있다고 한다. 이쪽을 봐달라고 해서 수리를 열심히 해놨는데 저쪽에 문제가 생겼다며 정비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거나, 다른 데서 범퍼를 긁어와 놓고 정비사 탓으로 돌린다. 한 번은 눈에 띄게 큰 흠집이 있어 미리 사진을 찍어두고 정비를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차를 맡긴 고객이 이를 트집 잡았다. 정비소 앞의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었는데, 언성이 높아지게 되자 사진을 들이미니 조용히 사라졌다. 이후로 차가 입고될 때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고, 정비소 곳곳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고 한다.

그는 특별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따로 없지만 취미로 자전거, 등산, 골프 등의 운동을 한다. 특히 드럼을 연주할 때 행복감을 크게 느낀다.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해외여행을 위해 영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새로운 모델의 차 출시 주기가 과거 10년 이상에서 이젠 6년, 5년, 그 이상으로 짧아졌다. 신차 정비를 위한 새로운 장비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또 연구하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즐긴다. 그는 이번 인터뷰가 즐거웠다면서 울산저널 구독자들이 차량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질문하라며 환하게 웃는다.

박선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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