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술가들은 제주를 사랑했나

2025-01-15

한 줄 쓰고 하늘 한 번, 한 줄 쓰고 하늘 한 번.

제가 일하고 있는 아침 풍경입니다. 툇마루에 앉아 하늘 보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눈이 왔는데, 거짓말 하듯 금새 저렇게 맑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노동하는 시간이야 같겠지만, 어떤 풍경은 제 마음을 조금 더 순하게 합니다.

<워케이션>이란 명목으로 제주에 갔습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섞은 말인데,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한다는 뜻입니다. 일이면 일이고 휴가면 휴가지 왜 둘을 동시에 하나 생각하다가, 하늘을 또 한 번 보고 나니 그 말이 이해가 가네요. 여기서는 가능합니다. 일하다 지친 마음이 하늘 한 번에 금방 위로를 받습니다.

제가 묵은 곳은 표선면. 서귀포시에 위치했습니다. 제주 곳곳에는 빈집을 재생한 숙소가 있는데요. 그중 한 곳인 하천바람집에 짐을 풀었습니다. 농어촌 지역에는 빈집이 지역의 문제가 되는데, 요즘에는 비어있는 전통 가옥을 내부만 현대식으로 수리해 관광객이 머물게도 합니다. 뒷 마당의 귤 밭과, 바람 부는 앞 마당이 있어 이곳이 제주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멋진 집들이죠.

제주는 색의 도시입니다. 하늘과 땅, 그 사이를 채우는 모든 것의 색이 너무 예뻐서 그저 감탄만 하는 것도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왜 많은 예술가가 제주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제주를 사랑해 머물렀는지 이해가 갑니다. 굳이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여러 색이 창의력을 자극하는 이곳에서 며칠 묶으면서 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육개월 정도는 이곳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워케이션 장소를 고를 때는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됩니다. 주변 경관이 충분히 마음에 여유를 주는 곳인가 만큼, 일을 하기에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느냐도 따져보게 되죠. 제주는 그런 점에서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차량 렌트가 일어나는 지역입니다. 렌트와 관련한 인프라도 발전하고 있죠. 최근에는 비대면으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렌트카 회사도 생겼는데요. 키오스크에서 본인을 인증하고, 차량을 인수받는 식입니다. 대신 넓어진 대여 공간은 관광객의 쉼터로, 혹은 캠핑 용품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쇼룸으로도 활용하더군요.

또, 제주도와 민간 기업이 함께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하고도 있습니다. 쉬러 온 곳에서, 가장 최신의 기술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만약 렌트를 하셨다면, 해안도로를 꼭 한 번 돌아보십시오. 저는 주말에 표선에서 남원으로, 제주 올레 해변길을 천천히 달렸습니다. 중문까지 오는 길에 위미항, 효돈동, 쇠소깍, 보문포구, 월령과 강정, 도순동을 지나쳤습니다. 어디 하나 아름답기로는 빠지기 어려운 곳들입니다. 중간중간, 잠시 차를 멈추고 바람을 맞는데, 새삼 우리나라에 제주가 있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들 제주는 봄가을에 좋다고 생각하시는데, 맞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겨울 제주 여행이 매력있습니다. 일단, 당연히 육지보다 덜 춥고요. 사람이 없어서 한적합니다. 그래서 조용히 제주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인프라가 있습니다. 인심입니다. 제주할망들은 마음이 넉넉합니다. 해녀가 운영하는 보말죽집에 가면, 방금 바다에서 물질해 건져온 전복과 소라를 한 사발로 물회를 만들어 줍니다. 잘먹는다 싶으면 공기밥도 그냥 한 사람 앞에 두개, 세개씩 줍니다. 물론, 저는 한그릇만 먹었습니다.

제주의 인심은 감귤에서 나는 것 같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제주도청에는 감귤과, 채소과가 있다. 너무 정겹고 귀엽다”고 말해 웃었는데요. 귤과 당근은, 제주의 최고 자원 중 하나죠. 겨울철에는 그만큼 어디에서나 귤을 실컷 먹을 수 있습니다. 감귤을 한아름 쌓아놓고는,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하는 식당도 있고요.

표선에서 배운 귤 맛있게 먹는 꿀팁. 구워먹습니다. 난로 위에 올려놓고 찬 기운이 가실 때가지 덥혀 먹으면 단맛이 더 올라옵니다. 이걸 배우곤, 육지로 올라와서도 귤을 먹기 전 냉장고에서 꺼내 한동안 상온에 둡니다. 찬 귤보단 미지근한 귤이 더 맛있거든요.

제주는 관광이 가장 큰 산업입니다. 오고가는 사람이 많아야 지역이 살아나고, 그래야 육지 사람들도 오래 오래 제주를 찾을 수 있겠죠. 언젠가, 제주에서 사업하는 분의 한숨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제주가 비싸다 그러는데, 서울이 숙소도 렌트도 더 비싸다”라고요. 공감하는 말입니다. 지역 구석구석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곳이 꽤 많습니다. 제주도청이나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이 계절 즐길 수 있는 여러 체험도 많이 찾아볼 수 있고요. 올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거나, 혹은 잠시라도 힐링 되는 곳을 찾으신다면, 제주는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일단, 제가 많은 에너지를 얻어 돌아왔거든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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