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맞은 중국 화장품 시장, '숏폼 플랫폼, 로컬 브랜드' 회복세 견인

2025-01-20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 채널과 숏폼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더우인과 같은 숏폼 플랫폼이 화장품 업계의 주요 판매 채널로 부상한 가운데 로컬 브랜드가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며 빠르게 성장하며 화장품 시장의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진했던 중국 화장품 시장은 올해 구체적인 소비 진작책이 시행될 경우 소비 모멘텀이 회복되면서 로컬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화장품 업종은 지난해 9월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50% 가까이 급등하며 높은 탄력성을 보여준 바 있다.

# 핵심 채널로 떠오른 '더우인', 숏폼 전자상거래 부상

지난해 중국 화장품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1%에 그치며 CSI300(14.7%)과 홍콩항생지수(17.7%)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소비 침체 장기화로 인한 화장품 시장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0% 성장률을 유지했던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2022년 감소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하며 역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온라인 채널에서 강세를 보이는 화장품 기업의 경우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 속에서도 화장품 업종의 평균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고 주요 소비재 기업 중에서도 압도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 증감률 추이 (단위 : %)

대표적으로 로컬 상장사 매출 1위 프로야는 3년 연속 매출 증가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Douyin)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시크맥스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전년 대비 57%, 71%의 매출 증가률을 달성했다. 콜라겐 화장품 부문의 선두주자인 자이언트바이오도 2023년과 2024년 모두 40% 이상의 매출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뛰어난 실적을 기록한 중국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주식 시장에서도 시장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며 선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자이언트바이오, 시크맥스, 마루비의 주가는 각각 40%, 34%, 28% 상승했다.

중국 소비재 시장의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이들의 성장세가 압도적인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과 징동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7%, 5%를 기록했으며 스포츠웨어 브랜드 안타스포츠과 리닝은 각각 12%와 2%, 성장에 그쳤다. 외식 업체인 하이디라오와 염차이나도 각각 10%, 3%에 머무르며 예년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중국 주요 소비 업종 매출 증감률 (단위 : %)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선택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뷰티 트랜드에 민감한 젊은 층의 화장품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며, "특히 더우인과 같은 숏폼 콘텐츠 플랫폼에서의 활발한 소비가 화장품 업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더우인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향수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3년 더우인의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23%로 백화점(15%), 마트(6%)를 압도했고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티몰(27%)을 위협하며 두 번째로 큰 화장품 판매 채널로 부상했다.

더우인, 샤오홍슈 등 숏폼 동영상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자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숏폼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중국의 20~30대 젊은 소비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검색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전통 전자상거래보다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2023년 화장품 채널별 점유율 (단위 : %)

중국 로컬 리서치 업체 찬마마(Chanmama)에 따르면, 2024년(11월 기준) 더우인의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반면, 타오바오·티몰의 화장품 매출은 0.1% 감소했다. 이는 더우인이 독자적인 전자 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로 평가된다.

백승혜 연구원은 "지난 2020년부터 더우인은 타오바오, 티몰 등 타사 링크를 통한 구매를 차단해 자체 플랫폼 내에서의 소비를 유도했다"며 "샤오홍슈도 독립적인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강화하며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로컬 브랜드 고성장과 오프라인 전략 강화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 글로벌 브랜드와의 격차를 빠르게 벌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더우인의 총거래액 순위를 보면 시크맥스의 칸스(Kans)와 프로야가 각각 1위와 2위에 오르며 로레알(3위)과 에스티로더(4위)를 앞섰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칸스와 프로야가 각각 102%, 63%를 기록한 반면, 로레알과 에스티로더는 각각 25%, 35% 성장에 그쳤다.

프로야는 더우인에서의 선전을 토대로 이커머스 시장 전체 매출 순위 2위에 올랐고 칸스도 5위에 오르며 글로벌 브랜드를 바짝 추격했다. 특히 프로야는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티몰 광군절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로레알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중국 온라인 화장품 매출 TOP 20

중국 로컬 브랜드가 부상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시장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기간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되고 오프라인 소비가 둔화하면서 로컬 브랜드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강력한 마케팅과 제품력을 앞세워 한국 브랜드의 자리를 대체했다.

현재 중국 온라인 화장품 매출 상위 20개 브랜드 중 한국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후'가 유일하다. 지난해 '후'는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80% 증가하고 더우인 매출이 45%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지만 티몰 광군절 매출 순위에서는 2021년 4위를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해 지난해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로컬 브랜드는 온라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압도했다. 프로야, 마루비, 베텔니의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33%, 27%, 17% 증가하며 고성장을 유지했다. 반면, 로레알의 아시아 매출은 2년 연속 4% 감소했고 에스티로더와 시세이도의 중국 매출은 각각 2%, 6%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중국 더우인 화장품 매출 TOP 20

이러한 가운데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는 오프라인 체험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전적으로 전자상거래에 의존하던 신흥 브랜드들이 온라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오프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소비자에게 제품 체험과 상호작용 기회를 제공하는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프로야는 2023년을 '오프라인 재시작의 해'로 선언하며 백화점 채널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시크맥스 역시 지난해 초 오프라인 시장 복귀를 공식화하며 오프라인 공략을 본격화했다.

백승혜 연구원은 "향후 중국 화장품 시장은 오프라인 체험과 온라인 판매를 융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 중국 매출 증가율 추이 (단위 : %)

# 올해 경기 부양책 '소비 모멘텀' 회복 시 강한 반등 기대

올해 중국 시장에 소비 회복의 모멘텀이 강화한다면 화장품 업종도 주가 상승세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기대감이 고조되던 시점, 화장품 업종 주가는 50% 가까이 급등하며 높은 탄력성을 보였다. 현재는 다수의 기업이 당시 상승세를 반납했으나 펀더멘털이 견조한 일부 기업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로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기점으로 소비 진작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정책이 발표될 경우 화장품 업종에 대한 투자 모멘텀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난해 9월과 마찬가지로 관련 종목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화장품 업종 중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는 프로야와 자이언트바이오를 꼽았다. 프로야는 중국 내 로컬 화장품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티몰의 광군절 이벤트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높은 소비자 신뢰도를 입증했다.

프로야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온라인 채널 전환에 성공하며 점유율을 2019년 53%에서 2024년 상반기 94%로 대폭 확대했고 2024년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색조 브랜드 티미지(TIMAGE)의 성공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티미지는 광군절 기간 색조 분야에서 YSL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주가는 최근 14.8% 하락해 저평가된 상태다. 현재 주가는 2025년 예상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 17.5배로 업종 평균(19.7배)보다 낮은 수준에서 밴드 하단에 머물러 있다. 장기적으로 온라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한 시장점유율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 글로벌 M&A 등을 통한 외연 확장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자이언트바이오는 중국 화장품 업계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선도 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재조합 콜라겐 화장품은 높은 생체 적합성과 뛰어난 피부 회복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자이언트바이오는 해당 제품의 브랜드력을 토대로 매출총이익률 82%, 순이익률 39%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78% 증가하며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또 주사용 콜라겐 필러가 우선 심사 대상에 선정되며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12개월 선행 P/E는 17.8배로 중국 업종 평균과 글로벌 동종 기업 평균(22.2배) 대비 저평가 상태로 중장기 성장성을 감안할 때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마루비, 시크맥스, 베텔니 등도 주목할 만한 브랜드로 꼽다. 마루비는 2024년 공식 명칭을 '마루비 바이오'로 변경하며 바이오 기술 기반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44% 증가하며 견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 주력 제품인 아이크림과 콜라겐 크림을 중심으로 매출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온라인 매출 비중이 84%에 달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크맥스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91%으로 중국 로컬 브랜드 중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 핵심 브랜드 칸스는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98% 증가하며 연간 매출 기준으로 로컬 브랜드 중 프로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더우인, 티몰 등 다양한 채널에서 강력한 판매 실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올해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5%,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텔니는 민감성 피부 전문 브랜드 위노나를 통해 단기간에 시장 상위권으로 도약했으나 최근 부진한 실적과 마케팅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3분기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으며 OMO 채널 확장에도 매출 비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광군절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베텔니는 이미지 개선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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