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보다 더 눈물겨운 ‘멸종위기 햄스터 구하기’···“저 말고 누가해요, 귀엽잖아요”

2025-10-20

루신 박사, 전쟁통 우크라서 유럽햄스터 방사 사업

멈추면 근시일 내 멸종···러 공격 속에도 포기 안해

서식지 74% 상실···상위 포식자 생태계도 영향 받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공격이 받았던 2023년 2월, 미하일 루신(41)은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햄스터들의 안전도 신경을 써야 했다. 전기와 가스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동면 중이었던 유럽햄스터들이 폐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햄스터는 추위에 강하지만 체온이 떨어질 경우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일본어판은 전쟁으로 인해 사람은 물론 야생동물들도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에서 국제적 멸종위기 포유류인 유럽햄스터의 종 보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과학자 루신의 사연을 지난 16일 소개했다. 키이우 동물원의 유럽햄스터 번식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유럽햄스터로 박사 학위를 받은 루신은 전쟁 전인 2020년부터 이 동물을 번식시켜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 근처 타루티나 초원 등에 방사해 왔다.

루신과 그의 동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는 물론 요격된 러시아 드론의 파편이 동물원에 떨어지고,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급감하면서 반년 동안 동물원 수익이 없었던 상황에서도 방사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1㎞ 떨어진 병원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까닭은 계속해서 유럽햄스터를 방사하지 않을 경우 머지 않은 미래에 이 설치류가 야생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루신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왜 햄스터 보전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라면서 “햄스터가 귀엽다는 것으로 (이유가) 충분하지 않나”라고 답했다.

유럽햄스터는 반려동물 햄스터와는 달리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야생에 남은 수가 수천마리 정도에 불과한 동물이다. 멸종위기종 목록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는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등재돼 있다. 과거에는 유럽 전역에 서식했으나 앞으로 30년 내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 햄스터보다 몸집은 3배 정도 크며, 성질이 사나워서 개나 포식동물에게 덤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모피 목적의 포획 때문이다. 매년 수백만마리의 유럽햄스터가 희생당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군사행동의 주무대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유럽햄스터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됐고, 군인들이 햄스터 등 야생동물을 높이 매다는 등의 잔인한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고 전했다.

사실 전쟁 중이 아니어도 야생의 유럽햄스터 수를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루신은 “10마리를 방사해도 살아남는 것은 3마리 정도”라면서 이런 생존율로는 개체 수를 늘리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햄스터의 서식지는 프랑스에서 94%, 독일과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는 74%가 상실된 상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내 서식지의 대부분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상태다. 유럽햄스터가 멸종되면 매나 여우, 족제비 등 포식자들도 영향을 받으면서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루신은 보호와 방사활동뿐 아니라 유럽햄스터 관련 인식 증진과 구조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민들에게 유럽햄스터는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유해조수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2023년에는 햄스터구조센터를 만들어 야생에서 부상을 입거나 탈진한 햄스터들을 구조하고, 돌보고 있다. 그의 햄스터 보호활동이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호응을 얻으면서 햄스터구조센터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루신은 “햄스터에 자원을 낭비한다면서 보호활동 예산을 군사용 드론에 투입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면서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햄스터 보호활동 자원봉사자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