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겨울 손님과 불청객

2025-10-19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찬바람이 불어오면 매년 반가운 손님이 우리지역에 찾아온다. 시베리아, 몽골 등지의 추운 북쪽지역에서 겨울을 나기위해 매년 우리나라로 오는 반가운 손님, 130여만 마리의 겨울 철새를 볼 수 있다.

잔잔한 수면에서 쉬고있거나 먹이를 찾아 자맥질하는 큰고니가 고즈넉한 겨울 풍경을 보여주다가도, 가창오리가 군무를 펼치기라도 하면 역동적인 생명감을 선사한다. 매년 찾아오는 다양한 겨울 철새는 자연에 활기를 더해 주며, 우리 지역의 자연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겨울 철새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로 인해 겨울 철새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5% 이상 폐사되고 전염성도 빨라 감염된 개체뿐만 아니라 인근 농장의 닭도 살처분시킬 수밖에 없어 피해가 크다. 지난 겨울에 전북지역 가금농장 11개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179만 마리가 살처분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에 감염되고 농장종사자 등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사례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류에서 포유류로, 다시 사람에게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감염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3월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삵 폐사체가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면서 사람과 동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몇몇 질병은 인간 사회에 전염병으로 확산되어 인류 역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려주고 있다. 소를 통해 천연두가, 오리와 돼지를 거쳐 인플루엔자(독감)로 진화했다고 한다. 현대 지구촌 시대에는 균의 이동과 전파가 한층 용이해져 특정 지역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겨울 철새도 시베리아, 몽골 등지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며 균의 전파에 일조하고 있다.

이에 전북지방환경청에서는 10월부터 만경강, 동진강, 동림저수지 등 도내 주요 철새도래지를 대상으로 야생조류 수, 폐사체나 이상개체 발생 여부, 분변채취 등 예찰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다면 출입통제, 현장소독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고 예찰을 강화하여, 야생조류로부터 양계 사육시설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전염되지 않도록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전북자치도 등 도내 지자체에서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특별대책방역기간을 운영하여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추진한다. 금년에도 철새도래지에는 축산차량 출입을 금지하고 인근 도로, 농장 진입로는 집중 소독을 실시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자주 발생한 지역 등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여 오리농가 사육을 제한하고 가금 농가의 조류인플루엔자 검사주기를 2주 1회로 강화한다. 또한 가금농장이 밀집한 김제, 부안 지역에는 야생조류 퇴치기를 설치하여 철새 접근을 차단하는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전파를 사전 차단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이 완전할 수 없다. 농장에서도 야생 조류, 가축과 접촉하는 경우에는 장갑, 보호복, 마스크 등의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 후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개인과 작업환경 위생관리의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일반 시민들께서는 야생조류 폐사체를 발견하면 시·군 환경부서나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신고하여 신속하게 수거 및 검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각계 각층의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김호은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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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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