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들어온다"… 정부, 전기차 보조금 문턱 '철통 방어'

2024-10-07

전기차 보급대상 강화… "차량 성능 향상 유도"

배터리 에너지밀도 최초 추가… LFP 배터리는 보조금 없다

전기차 안 팔리는데… 中 전기차 진출 의식했나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대한 기준을 크게 높였다. 기존엔 일정 수준의 주행거리만 달성하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인해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전기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으로 판매량이 점차 낮아지면서 보조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지급 문턱이 높아진 것은 곧 국내에 들어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품성이 낮은 중국산 전기차는 물론 기존 국내에 출시됐던 일부 전기차 모델들 역시 보조금 기준에서 탈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말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전기차가 보조금 책정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규정으로, 이 이 규정이 개정된 건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행정절차를 걸쳐 올해 말쯤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조금은 이번에 개정된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 규정'을 충족한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에 표시된 평가방법에 따라 책정된다.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 규정'이 서류 면접이고, 서류에서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개편안'이라는 실무면접을 한 번 더 거치는 격이다.

이번에 개정된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 규정'은 ▲전기차 상온 1회 충전 주행거리 기준 상향 ▲상온 대비 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 비율 단계적 상향 ▲상온 대비 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 비율, 배터리 에너지밀도 평가 규정 신설 ▲전기차 보급평가시 처리기간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배터리 에너지밀도 평가'가 신설됐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장착하고 있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기준 수치를 초과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평가되며,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다. ▲2025년 3655Wh/L ▲2026년 410Wh/L ▲2027년 455Wh/L ▲2028년 500Wh/L를 초과해야 한다.

이 항목이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 규정에 적용됐다는 것은 보조금 산출에 앞서 '보조금을 지급할 전기차'를 나누는 평가에서부터 기준을 대폭 높이겠다는 의미가 내포돼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올 초 보조금 개편안에서 최초로 신설된 항목인데, 에너지 밀도에 따라 '배터리 효율 계수'를 산정해 보조금을 차등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들의 보조금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주범이 됐다.

이에 따라 올 초 보조금을 적게 지급받더라도 '배터리 효율 계수' 항목을 제외한 항목에서는 보조금을 지급받았던 전기차들 대부분이 내년부터는 보조금을 아예 적용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개편안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 보조금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만, 보조금 보급대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

그간 전기차라면 모두 통과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왔던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이 보조금 개편안 수준으로 강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차량 성능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올 초 개정된 보조금 개편안 만으로도 국내 전기차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 상황이라 국내에 판매되는 전기차에 대해 추가적인 기준 상향은 불필요했다.

환경부의 갑작스런 보조금 기준 강화는 내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브랜드인 BYD는 상용차에 이어 승용차도 국내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고, 중국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 지커 역시 내년 국내 진입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신설된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은 대부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통과하기 어려운 항목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NCM(삼원계) 배터리 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LFP 배터리는 NCM 대비 에너지 밀도가 크게 떨어진다. LFP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들이 올 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서 보조금이 크게 삭감된 것도 에너지밀도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중국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덩치를 불리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보조금을 받게 될 경우 국산 전기차들을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를 바탕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들이 충족하기 어려운 '저온 주행거리' 기준 역시 내년부터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럽,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BYD가 국내 시장에서 '저가 정책'을 쓰지 않고 성공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낮은 가격을 내세울 것이고, 여기에 보조금까지 적용된다면 국산 전기차들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며 "보조금을 조금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분명히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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