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도시공사(iH)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공공기관 외부 감사에 참여하던 시절, 투명하지 않은 업무 프로세스 하나가 작은 위기를 불러온 사례를 마주한 적이 있다. 단순한 보고 누락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누군가의 실수라기보다는 제도의 허점, 그리고 방관적 문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였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조직이 아닌,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공공기관의 업무는 단순한 행정 집행을 넘어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iH는 개발과 공급, 집행과 조정을 넘나드는 도시개발 전문 공기업으로서, 투명성과 청렴은 생명력이나 다름없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시민의 공간을 설계하는 우리가 신뢰를 잃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에 되돌아간다. 이 때문에 나는 iH에 부임한 첫날부터 가장 먼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내부통제는 조직의 성과를 가로막는 절차가 아니라, 오히려 성과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윤리 기반’이다. 우리는 수많은 규정과 절차, 보고 체계 아래 일하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위험을 예방하고 있는가, 신뢰를 높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 조직이어야 한다. 내부통제는 단지 부패를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조직 스스로 자신의 윤리 수준을 점검하는 거울이다.
하지만 시스템만으로는 신뢰를 완성할 수 없다. 제도가 작동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의 ‘자기책임’과 ‘윤리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는 때때로 통제받지 않아도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로, 또 그런 조직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극심한 전란 속에서도 단 한 척의 배로 바다를 지켰다. 그는 일기와 장계를 통해 자신을 날카롭게 성찰하고, 원칙을 지키며 싸웠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말 뒤엔, 외부의 혼란보다 자기 내부의 흔들림을 먼저 통제한 리더의 의지가 있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절제된 책임감과 냉철한 윤리의식을 오늘의 행정에 되살려야 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를 단련하고 멈추지 않는 자세, 그것이 지금 iH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내부통제는 규제가 아닌 책임의 언어이며, 청렴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공간으로만 보장될 수 없듯, 공공 조직의 지속가능성 또한 윤리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시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 iH, 그 길은 곧 우리 자신을 통제하고 돌아보는 데에서 출발한다.
류윤기 iH 인천도시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