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S' 붙은 된장 대박 났다…똑똑한 소비자가 찾는 '인증 로고' [쿠킹]

2024-11-16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신제품이 쏟아지는 시대다. 고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먹거리는 고르기 더 어렵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떻게 유통됐는지 알고 싶지만 포장지의 라벨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귀찮고 정보도 부족하다. 이때 쉽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인증 로고를 확인하는 것.

인증 로고는 국가나 기관이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인증제도를 통과한 제품에만 붙일 수 있어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국내에는 과학적인 위생안정관리 체계를 통과한 제품에만 부착하는 GAP(우수관리인증), 원료부터 가공, 유통까지 모든 과정의 안정성을 인증하는 사전안전개념의 HACCP(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있다.

농산물 수출입이 늘고 있는 요즘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로고를 알아 두면 편리하다. 특히 착한 소비가 늘면서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한 인증 로고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수산물은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농산물은 ‘미국 대두의 지속가능성 인증 로고(Sustainable U.S. Soy, 이하 SUSS 로고)’가 유명하다.

특히 미국 대두 수출량은 2022/23년 기준 5400만 메트릭톤으로, 전 세계 수출의 32%를 차지한다. 인증 제도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인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셈이다. 2023년에는 SUSS 로고가 달린 대두를 사용해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고기와 가금류, 새우 등 축산물과 수산물에 사용할 수 있는 Fed with SUSS (Fed with Sustainable U.S. Soy) 인증제를 도입해 식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량 증가 탄소배출량 감소

그렇다면, 미국 대두 농가가 제대로 지속가능성을 지키고 관리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미국 농무부의 보존유보계획 (Conservation Reserve Program)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한다. 또, 농가는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및 환경보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미국의 대두 농가는 95%가 가족농으로, 땅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기에, 지속가능성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여기에 이를 감사하는 미국대두 지속가능성 보증규약(SSAP) 시스템을 만들어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 감소부터 대두 종자 관리와 윤작, 경작 방식에 대한 규약까지 설정돼 있다.

생산도 늘었다. 미국대두협회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0년대까지 미국 대두 생산량은 130% 증가했고, 미국 대두 1톤 생산 당 토양 침식은 34% 감소했다. 반면 에너지 사용 효율은 46% 향상됐고, 토양 보존은 48% 개선됐다. 또, 톤당 온실가스(GHG) 배출량은 43% 감소했다. 지속가능성 인증 대두는 2014년 약 6800톤을 수출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2023년에는 약 4450만톤을 수출했다. 유럽과 동북아시아로 수출되는 미국 대두는 각각 99%와 93%가 SSAP인증을 받았다.

착한 소비자들, 지속가능성 인증에 움직여

SUSS 인증 로고는 국내 제품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장류·두부·두유 등 대두 가공품 중 60% 이상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미국 대두를 사용하면 부착할 수 있는데, 소비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면서 로고를 부착하는 제품이 늘었다.

사조대림은 2023년 장류에 지속가능성 로고 SUSS를 부착했다. 대기업이 장악한 장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사조대림의 입장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는데, SUSS로고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후 매출이 24% 이상 성장했다. 긍정적 결과에 힘입어, 로고 사용 제품을 장류제품 8개에서 두부제품을 포함 24개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사조 대림의 인증 로고 부착을 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ESG 경영을 실천 중인 아워홈도 올해 국내 두부 업계 최초로, 두부 제품 3개에 SUSS 로고를 부착했다. 이로써 아워홈은 제품 포장부터 원재료까지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확대했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두를 활용한 식품이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SUSS로고를 사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먼저 콩 자급률이 낮은 일본은 SUSS로고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로, 400여개 이상의 제품에서 사용 중이다. 대표적 식품기업 닛신푸드는 2019년 원료의 100%를 SUSS 인증을 받은 미국산 대두 사용을 알리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대만은 두부나 볶음 두부, 건두부 등 다양한 제품에 로고를 사용 중이다. 세계적으론 19개국 108개사에서 로고를 부착한 1000여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속가능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부상하면서, ESG 경영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형석 미국대두협회 한국 대표도 “회사의 결정만큼 중요한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다”라며 “사조대림을 비롯해 해외 기업들의 SUSS 로고 부착으로 인한 효과를 지켜본 다른 식품회사들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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