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의 로빈 젱 회장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배터리의 핵심 학문인 ‘전기화학’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최근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왕복선이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장착한다고 집중 보도됐다.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복 등의 용도에 LG 배터리를 쓰겠다고 한 적이 있지만, 스페이스X의 이번 결정은 파장이 큰 대사건이다. 이차전지의 초고성능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장치에 따라 일차전지와 이차전지를 적절히 활용한다. 이차전지는 인공위성이나 탐사선과 같이 지속적 전력 공급이 필요한 장비에 태양광 전지와 함께 사용된다. 재사용 가능한 우주복 같은 장비도 이차전지가 동력이다. 일차전지는 그동안 일회용에 머물렀던 발사체 같은 용도에 적합했다. 재사용 가능한 이차전지가 굳이 필요 없었다.
스페이스X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 발사체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그 동력원으로 초고성능 일차전지를 쓸지, 아니면 기존의 이차전지를 특수용 초고성능 이차전지로 개량해 쓸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선택이 쉽지 않다.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 발사체에 적합한 동력원은 초고성능 일차전지다. 하지만 관련 기술을 완벽하게 개발해 발사체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가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은 초고성능 이차전지로, 이는 발사체가 궤도에 올려놓을 위성이나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사용된다. 특히, 이차전지는 초진공 상태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고성능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기존의 모바일 IT,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등 육상 중심의 범용 용도에서 벗어나 바다·하늘·우주로 그 활용처가 확장되고 있다. 즉, 특수용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서막이 열렸다.
이미 20여년 전 우리는 서막을 준비했다. 당시 정부는 이차전지를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하고 국가 과학기술 지도를 그렸다. 그때 이차전지의 용도를 육상 이동형, 정치형(定置型), 용도 특화형(하늘·바다·우주)으로 분류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용도 특화형’ 이차전지의 시대가 도래했다. 다시 말해 ‘범용 고성능 배터리 대량 소비 시대’에 이어 ‘특수용 초고성능 배터리 시대’의 여명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있으며, 여러 국가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미래 경쟁력의 실마리는 ‘용도 특화’된 초고성능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