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인공지능(AI), 특히 GPT 기반 기술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최신 GPT를 구현하려면 초기 모델에 비해 반도체 칩의 수는 100배, 모델 훈련 및 추론 프로세스에 1만배 증가한 부동 소수점 연산(FLOP)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GPT-4가 1조개의 머신러닝 파라미터를 학습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는 5년 전 GPT-2가 소요했던 에너지보다 250배 증가한 5만2000메가와트(㎿)다. 이는 미국의 5000가구가 약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에 해당한다.
◇ AI 시대와 에너지 효율성의 도전
여러 연구들은 2030년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이 세계 전력 소비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선도 반도체 기업들은 2026~2027년까지 컴퓨팅 전력 효율을 100배 향상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에너지 효율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AI 서버를 넘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PC와 스마트폰에도 적용된다. 지난 20년 동안 컴퓨팅 전력 효율성이 1만배 향상되었지만 앞으로 15년 내 다시 1만배 이상의 효율성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 컴퓨팅의 성능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느냐가 AI 리더십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을 구현하려면 크게 네 가지 분야의 반도체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 △첨단 로직 △고성능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이종 집적(HI)을 위한 첨단 패키징이 그것이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와 더 빠른 속도, 향상된 성능을 위해 새로운 로직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고성능 D램도 필수다. HBM은 고성능 D램을 쌓아 올리고 로직 다이(die)에 연결하는 기술에 기반을 두며, 첨단 패키징은 이러한 기술들을 모두 통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기술에 대해서는 지난 기고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 반도체 혁신으로 구현되는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네 가지 반도체 핵심 기술을 구현하려면 아키텍처·재료·디자인·기술 전반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로직 파운드리에서는 플랫 트랜지스터에서 핀펫(FinFET), 그리고 올해 대규모 생산이 시작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같은 새로운 구조로 발전해 왔다.
앞으로는 배선을 웨이퍼 후면으로 이동시키는 후면전력공급장치(BSPDN), 서로 다른 소자 간에 전기가 간섭하지 않게 하는 아이솔레이션(Isolation)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고도화된 재료공학 혁신이 요구되며, 향상된 에너지 효율 반도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낸드 디바이스는 2차원(2D)에서 3차원(3D) 구조로 전환됐다. D램에는 버티컬 채널 트랜지스터(4F2)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D램에서도 3D 적층 기술이 채택될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메모리를 위한 반도체 혁신도 재료공학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다.
◇ 단일 공정에서 공동 최적화 및 통합 솔루션으로의 진화
칩 성능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가속화하려면 하나의 툴에서 하나의 기술을 사용하는 단위 공정을 넘어 인접한 시스템에서 두 개 이상의 기술을 함께 최적화하는 공동 최적화 공정으로, 그리고 하나의 시스템에서 여러 공정을 사용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통합 재료 솔루션으로 진공 상태에서 단일 플랫폼에 여러 공정을 결합할 수 있다. 팹 안에 팹을 구축하는 것처럼 이 접근 방식은 여러 공정, 맞춤형 계측 및 센서를 단일 플랫폼에 통합한다.
예를 들어, GAA 트랜지스터 접점(contact) 제작에는 18개 단계가 포함되는데, 그 중 약 절반에 어플라이드 기술이 사용된다. 어플라이드는 고객과 협력해 이러한 중요한 단계에 최적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제로 진공 상태에서 식각과 증착 공정을 단일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실리콘 인터페이스의 접촉 저항을 50%까지 줄일 수 있었다.
◇ 반도체 생태계 새로운 협력 모델
복잡해진 반도체 기술을 단일 기업이 전부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들은 연구개발(R&D)을 최적화하고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R&D에서 상용화까지는 약 10~15년이 걸린다. 기술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된 후, 설계 및 제조 회사를 거쳐 제품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어플라이드는 EPIC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EPIC은 연속적인 혁신에서 병렬적인 혁신과 신기술의 상용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고속 혁신 모델이다. 이 플랫폼의 목표는 새로운 혁신의 상업적 성공률을 높이고 전체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R&D 투자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EPIC 센터는 특히 대학 연구자들에게 혁신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EPIC 센터에서 제공하는 산업 규모의 검증 기능을 이용, 혁신의 성공률을 높이는 동시에 신기술 상용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칩 제조업체는 EPIC 센터 내 전용 공간을 확보해 차세대 제조 기술과 툴을 더 일찍 접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칩 제조업체의 자체 파일럿 라인을 확장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는 미래 산업을 재편하는 핵심 요소다. 성능이 뛰어나고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을 빠르게 구현하는 것이 더 큰 미래를 여는 열쇠다. 이를 위해 반도체 업계는 지속적인 협력과 기술 최적화에 힘써야 한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 gwang_sun_park@amat.com
〈필자〉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는 1994년 어플라이드에 입사해 기술 지원, 영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탁월한 성과를 발휘해왔다. 이후 2016년부터 삼성 사업부를 총괄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그는 2022년 10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 겸 지역 총괄자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반도체 업계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고객에 대한 헌신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어플라이드 비즈니스를 더욱 발전시키고, 고객이 칩의 성능·전력·크기·비용·시장출시기간(PPACt)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