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설계자들

“무역대표부(USTR) 대표님, 관세가 일시 정지된 것 알고 있습니까.”
지난 4월 9일 미국 연방의회에서 열린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청문회장. 스티븐 호스포드(민주당ㆍ네바다주) 하원의원이 제이미슨 그리어(45) USTR 대표에게 물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언제 알았습니까?”
“결정이 몇 분 전에 내려진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어 대표가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옹호하던 바로 그 순간,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인상을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나요? 일시 정지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90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해서….”
호스포드는 그리어가 직무 관련 중요 결정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질타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누가 책임자입니까?”
그리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통령이 책임자”라고 답했다.
호스포드가 “당신 상사가 방금 당신 발밑 깔개를 잡아 빼버린 것 같다”고 말하자 그리어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발밑 깔개를 빼버리다(pull the rug out from under you)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상황을 뒤엎어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린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이다.
호스포드는 “대통령이 트윗으로 이런 걸 발표하고 있는데, 당신이 어떻게 협상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며 “아마추어”라고 질책했다. 이날 호스포드와 그리어 간 충돌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관세전쟁에서 USTR 대표가 ‘패싱’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