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론 탈취해도 정보 못빼낸다"... 軍도 놀란 누리온 '통신 암호화'

2025-01-21

디지털포스트-시장경제 2025년 연중 공동기획

2월호 커버스토리 : 현대전 게임체인저 '드론' 대해부

누리온 '아이온' 사업본부, 이진곤 상무 인터뷰

ICT 전문기업 누리온 '통신 암호화' 왜 각광받나

'구간 통신 암호화' 모듈 등 독자 개발, 軍 납품

드론 수입 데이터 암호화... 정보 유출, 원천 차단

[디지털포스트(PC사랑)=성지온 기자] 전쟁의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 전장에서는 개인화기로 무장한 병사가 근접전 위주로 작전수행을 했다면, 미래에는 드론이나 로봇 같은 무인 플랫폼이 그 역할의 일부 혹은 전부를 대신할 전망이다. 최근 우리 군이 ‘국방혁신 4.0’ 일환으로 도입 계획을 밝힌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가 대표적이다. 병역자원 급감에 따른 유인 플랫폼의 한계를 보완하고, 효율성과 생존 확률을 극대화한다는 게 군의 취지다.

MUM-T 환경에서는 전투원과 로봇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지휘·통제·통신 기술이 필수이다. 다수의 유무인 플랫폼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적의 해킹 혹은 탈취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암호화 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누리온의 아이온(EYE-ON) 사업본부는 이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에 있다. 아이온은 누리온의 통신 보안 암호화 사업부이다. 2019년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매출을 10배 이상 끌어올렸다. 특히 검증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군을 상대로 통신 구간 암호화 기술을 비롯한 작전 가시화용 장비를 납품해 왔다. 최근에는 공급 범위를 경찰로 확대하기도 했다.

통신 구간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군에서 신뢰를 다져온 아이온은 새로운 공급처 발굴에 나서고 있다. 군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민간기업에서도 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진곤 아이온 사업본부 상무는 회사 성장 비결로 ‘꾸준한 투자’를 꼽았다. 매해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비로 지출 중이라는 아이온은 국내 '군용 암호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다. 회사는 한국형 마넷(MANET, 모바일 무선 네트워크 통신체계) 보급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마넷이란, 대형 재난 등으로 외부 통신망이 끊겼을 때 즉시 자체 네트워크를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다음은 아이온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이진곤 상무와의 일문일답이다.

- 아이온 사업부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아이온은 2019년 출범했다. 구간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모듈을 비롯한 통신 관련 플랫폼을 납품하고 있다. 통신 암호 모듈 제작사인 동시에 SI(System Integration) 기업인 셈이다. KCMVP(국정원 검증필 암호 모듈) 검증을 기반으로, 수많은 군부대에 자사 제품을 납품한 이력이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경찰청 등이 주요 납품처다."

- '구간 암호기술'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구간 암호 기술은 단어 그대로 통신과 통신을 잇는 구간을 암호화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정찰용 드론이 탈취되거나, 해킹 당하더라도 드론 내 카메라로 촬영된 정보를 실시간 암호화해 그 데이터를 악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 기술은 드론과 로봇, 통신 허브, 현장 지휘 차량 등에 적용될 수 있어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 주요 납입처가 군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누리온 합류 전부터 군을 상대로 무선 통신 사업을 이어왔다. 군은 정보 탈취 우려 등으로 시중의 무선 통신망 사용을 꺼렸다. 이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것이 ‘국정원 검증필 암호 모듈(KCMVP)’이다. 공공기관 내 암호 모듈의 안정성과 구현 적합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본인은 2013년부터 KCMVP를 바탕으로 군에 다양한 시스템을 납품해 왔고, 이들의 니즈를 알았기 때문에 군을 상대로 구간 암호 기술을 선보였다."

- 군에 오랫동안 제품을 납품해 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군은 특정한 기술 하나만 선택하지 않는다. 여러 개의 기술을 경쟁시켜 가장 우수한 기술을 채택한다. 지금 보편화된 모든 무기가 그렇다. 일례로 KCMVP 제도만 통과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보안 적합성 심사'라는 또 다른 관문이 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전력화됐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 회사는 군으로부터 수정, 보완 요청은 받았어도 (납품 자체가) 취소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런 점에서 누리온의 아이온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

- 군에 특화된 제품 혹은 시스템만을 판매하는 것인가.

"군에는 규격화된 것이 전혀 없다. 부대 사정이나 특징에 따라 요구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부대는 극한의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어떤 부대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기동성을 살려달라고 얘기한다. 아이온은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제작하기 때문에 조직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만이 아니라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기업에도 자사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다. 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기술 발전과 함께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 미래형 전투에서 드론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완제품 자체를 수입하는 경우도 많아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산업용 드론의 70%는 중국산 부품이나 기술을 쓴다. 중국산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만큼 정보 유출 우려가 크다. 하지만 구간 암호 기술로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면 문제가 안 된다. 설령 기기를 탈취하더라도 정보를 읽을 수 없다."

- 중소기업임에도 군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뭔가

"아이온 사업본부 기준으로, 연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비로 지출하고 있다. 통상 회사들은 영업이익의 몇 %를 투자해도, 그보다 큰 범위인 매출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단순히 지금 잘 팔리니까 안주하는 게 아니라 최신 암호 및 보안 기술이 있으면 먼저 적용하거나, (선제적으로) 개발해 역으로 납품처에 제안한다. 일명 ‘스핀인(spin-in)’ 방식을 도입, 적용 중이다."

- 앞으로 주력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형 마넷 체계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정 네트워크 인프라가 없는 환경에서, 무선 인터넷 인터페이스를 가진 다수의 노드(node)에 의해 작동되는 네트워크를 ‘마넷’이라고 한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선진 전술 체계다.

드론, 로봇, 탱크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다.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 데이터를 암호화해 외부 유출로부터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아이온은 한국형 마넷을 위한 통신체계로 'Tactical LTE'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은 군이 시중 통신 시스템을 사용하기 꺼렸던 단점을 커버해 준다. 해킹 위험도 없고, 전쟁이나 재난 상황 시 네트워크 먹통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있다."

- 브랜드명을 아이온으로 작명한 이유는.

"아이온의 슬로건은 '더 아름답고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이다. 내 정보가 유출돼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세상은 아름답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한다. 이 역할을 우리가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아이온이라고 지었다."

*공동 취재단 : 디지털포스트(PC사랑) 이백현 기자 l 시장경제 산업1팀 최종희 팀장, 산업2팀 박진철 팀장, 노경민 기자, 성지온 기자, 산업3팀 정규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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