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전기본’ 신규 원전 2기 계획 수정 시사
재생에너지만으론 ‘AI 3대 강국’ 실현 불가능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어제 회의를 열고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운영 허가를 최종 의결했다. 새울 3호기는 발전용량 1400㎿급으로, 부산·광주·대전 시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새해인 다음 달 초 연료 장전과 이후 시운전 및 시험을 거치면 8월께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울 3호기는 그간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 사연이 많은 원전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6월 ‘신고리 5호기’라는 이름으로 건설을 시작했으나, 이후 ‘탈원전’을 외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이 중단됐다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3개월 만에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기준을 맞추고, 또 이에 대한 규제 심사도 장기화하면서 준공이 늦어졌다. 2016년 첫 삽을 뜬 후 9년6개월 만의 운영 허가다. 대형 원전 하나를 건설하는 데 평균 7년이 걸리니, 2년6개월이 늦어진 셈이다.
새울 3호기의 가동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는 신규 원전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2기가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안갯속에 갇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를 그대로 받지 않고 국민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거쳐 내년 초 존폐를 결정하겠다며 또다시 ‘공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9년 전 새울 3호기가 겪은 소모적 갈등이 반복될 수 있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원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미국은 사고가 났던 스리마일섬 원전을 데이터센터를 위해 재가동하기로 했고, 일본은 후쿠시마의 상처를 딛고 ‘원전 회귀’를 선언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공언한 ‘AI 3대 강국’을 위해 필요한 26만 대의 GPU와 50GW에 육박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은 대형 원전 수십 기가 있어야 가능한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원전 건설에 15년이 걸려 AI 시대의 대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15년이 걸린다는 이유로 신규 원전을 포기하면 15년 뒤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전기본은 국가 에너지의 백년대계다. AI 강국이라는 화려한 구호가 헛된 약속이 되지 않으려면 전력 정책은 이념이 아닌 과학과 실용에 기반을 둬야 한다. 새울 3호기의 점등은 ‘정치가 과학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12차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계획을 지워버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규 원전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해 미래 산업의 혈맥을 뚫어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