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심정지·간이식 뒤 생환…35세 산모와 아이, 기적을 보았다

2025-11-18

산모와 태아가 수차례 생명에 위협을 받다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소속 두 대학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다. 서울 영등포구 신모(35)씨 모자가 주인공이다. 응급 제왕절개, 심정지, 혼수상태, 간 이식, 재수술 등 위급한 상황을 넘고 모자가 건강을 회복했다.

신씨는 지난 7월 19일 밤 임신 39주차 만삭 상태에서 갑자기 출혈이 생겼다. 대학병원에 갔으나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고 해 이대목동병원으로 전원 됐다. 당시 토요일 밤, 이 병원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는 급한 전화를 받았다. 전 교수는 국내 고위험 산모, 다태아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만삭에 출혈이라, 태반조기박리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고 차를 급히 병원으로 몰았다.

정상적이라면 애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태반이 떨어져 나와야 한다. 그런데 태반이 먼저 떨어지면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산모도 마찬가지다. 신씨는 임신성 고혈압이었다. 이 경우 태반조기박리가 잘 생긴다고 한다. 환자 200명 당 한 명 꼴로 생기는 흔하지 않은 병이다. 아이도 엄마도 위험에 빠진다.

그날 밤 11시 40분 병원에 도착한 전 교수는 곧 제왕절개수술에 들어갔다. 예상 대로 태반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새벽 1시께 수술이 끝났고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산모도 별문제가 없었다. 전 교수는 "산모와 아기를 보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한다.

전 교수는 눈을 붙이려 집으로 갔다. 기쁨도 잠시, 5시간가량 지난 일요일(20일) 오전 7시에 병원으로 전화하니 환자에게 갑자기 출혈이 생겼다고 했다. 오전 9시 병실에서 신씨에게 심정지가 왔다. 심폐소생술(CPR)을 급히 시행해 심장을 살렸다. 전 교수가 병원으로 급히 달려나갔다. 전 교수는 "심정지가 온 건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살아난 것만으로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한다.

신씨는 중환자실로 옮겼다. 이제 중환자의학 전문의에게 넘어갔다. 심홍진 교수를 비롯한 중환자의학 교수 3명이 달라붙었다. 의식은 일부 돌아왔지만 출혈이 계속됐다. 혈액 주머니 20개 넘게 수혈했다. 21일 오전까지 24시간 출혈-수혈을 반복했다. 응급의학 전문의도 협진했다. 출혈이 계속되고 혈압이 떨어지고 약을 쓰면서 간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장으로 가는 혈관이 수축해 피가 잘 가지 못하자 간이 손상됐다. 간 기능이 망가지는 간 부전, 간성 혼수가 왔다.

8월 1일 의료진은 간 이식을 염두에 두고 신씨를 이대서울병원으로 옮겼다. 보건복지부에 간 이식 대기를 등록했다. 중환자실에서 전호수 소화기내과 교수가 달라붙어 환자의 악화를 막았다. 신씨의 상태는 간 이식 대기순위가 가장 높은 '응급도 1'이었다.

대기 5일 만에 뇌사자가 생겼다. 홍근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운이 따랐다"고 말한다. 6일 의료진이 지방으로 달려갔고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수술 전 산부인과 전문의가 왔다. 신씨의자궁상태가 좋지 않아서 이식 수술 때 같이 떼야하는지를 확인했다. 자궁을 살리기로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신씨의 출혈이 멎지 않았다. 환자의 지혈 능력이 떨어진 게 문제였다. 7일 다시 개복 수술을 해서 출혈을 잡았다. 중환자의학과의 집중 치료 끝에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8월 말 신씨와 아이가 처음으로 만났다. 40일 만이었다. 그 순간 병원은 눈물바다가 됐다. 엄마도, 아이 아빠도, 의료진도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홍 교수는 "두 병원의 의료진이 산모와 아이에 엄청나게 관심을 가졌다. 엄마 없이 아이가 살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도 수술에 임했다"고 말한다.

전 교수, 홍 교수를 비롯, 두 대학병원 의료진의 승리였다. 홍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잘 관리해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이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씨와 남편은 홍 교수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이화의료원 너무 좋습니다. 간 이식, 큰 병원 다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 교수는 "신씨가 나를 제일 좋아한다. 신씨의 남편은 '질투하지 않겠다'고 농담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이대서울병원을 찾아가 신씨를 만났다고 한다.

홍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 신씨 모자 같은 초응급 사례, 극적 생환 사례가 없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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