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1995년 11월 20일. 2인조 인기 댄스그룹 듀스의 멤버 고(故) 김성재(23)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는 솔로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죽음은 30년이 다 되도록 한국 대중문화계 최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 솔로 데뷔 하루 뒤 숨진 채 발견…몸엔 28개의 주사 자국=사건은 1995년 11월 20일 오전 6시 40분께 서울 서대문구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전날인 19일 저녁 여자친구 A씨와 매니저, 백댄서 등과 저녁을 먹고 당구장을 들렀던 김성재는 숙소에서 자신이 녹화한 데뷔 무대를 함께 보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새벽 3시 40분께 모두 잠든 상태에서 A씨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전 6시께 매니저가 소파에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있던 김성재를 깨웠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당시 매니저는 그가 피곤해 당연히 잠들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놔뒀다. 30분 뒤 다시 깨워도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백댄서들이 그를 들어올리자 몸은 축 늘어졌다. 그의 입술은 파랬고 입 주위엔 피가 묻어 있었다. 즉시 119 신고가 이뤄졌지만 이미 호흡은 멎은 뒤였다.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오른팔에서만 주삿바늘 자국 28개, 사망 전에 생긴 피하출혈까지 확인됐다. 정맥을 따라 집중적으로 주사가 놓인 흔적이 있었다. 혈액과 소변에서는 동물마취제인 틸레타민과 신경안정제로 쓰이는 졸라제팜이 희석된 '졸레틸 50'이 검출됐다.
부검의는 “오른손잡이가 스스로 놓기 어려운 위치에 다수의 주사 자국이 있으며, 사용된 약물이 일반적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내놨다. 단순 돌연사로 보던 사건은 단숨에 ‘의문사’로 바뀌었다.

◇“반려견 안락사시키려 약 샀다”…수상한 여자친구의 행적=사건 17일 후, 평소 A씨와 알고 지내던 동물병원장이 경찰에 제보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렀다. A씨가 반려견 안락사를 이유로 졸레틸50과 주사기를 구매했으며,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A씨는 부검 결과가 경찰에 알려지기 전 “부검하면 졸레틸 성분도 나오느냐”고 묻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결국 A씨는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됐고, 초반엔 완강히 부인했으나 대질신문에서 병원장의 진술을 시인했다.
경찰은 "A 씨가 범행 당일 TV 쇼프로그램 출연으로 피곤해하는 김성재에게 '피로회복제'라고 속인 뒤 동물마취제를 그의 오른팔에 28회 주사해 약물중독으로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A 씨가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김성재 몸에서는 정상인보다 많은 마그네슘이 검출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A 씨는 검찰 심문에서 김성재와 단둘이 거실에 남아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성재와 줄곧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 1심 ‘무기징역’ → 항소심·대법원 ‘무죄’…사건은 미제로=김성재가 죽은 지 반년이 넘은 1996년 1심 재판부는"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사건 발생 당시 정황과 여러 증언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동물마취제인 졸레틸을 사서 김성재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대부분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김성재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으며 초범인 데다 김성재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그와 관계를 끊으려 했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A씨는 “난 성재를 죽이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건강한 피해자가 갑자기 숨졌고 그의 몸에서 주사 자국이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피고인이 산 약물이 나온 점은 피고인도 대체로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런 심증만을 근거로 피고인을 살해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직접 사인으로 지목한 '약물 투여'에 대해서는 "졸레틸50 한 병은 건강한 사람을 마취시키기에 충분한 양이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구속된 지 약 1년 만에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석방됐다.
1998년 2월 26일, 사건 발생 2년 3개월여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진행됐다. 대법원 형사 1부(주심 이돈희 대법관)는 이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 결과, 김성재의 사망 원인은 30년째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 “억울하다” 주장한 A씨…'그것이 알고싶다' 방영도 불발=2019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사건을 다룬 방송을 예고했다. 하지만 방송을 앞두고 A씨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A씨 측은 “무죄 판결을 받고도 20년 넘게 음해와 편파 보도로 고통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재편성 논의가 있었지만 재판부는 다시 방송금지를 결정했고, 해당 방송은 끝끝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해당 방송분 연출을 맡았던 배정훈 PD는 “OTT 등을 통해 언젠가 미방송분을 공개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까지도 새로운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고, 사건 발생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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