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에 받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형태로 미리 받을 수 있게 관련 제도가 손질된다.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7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망보험금은 계약자가 일정 기간 부은 보험금에 이자 등을 붙여 만든 적립액으로 지급한다. 이번에 바뀐 제도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미리 탈 때는 연금 개시 시점에 쌓인 이 적립액의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매달 나눠 지급한다.

이 때문에 연금 개시 연령이 늦을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연령이 높으면 그동안 이자 등이 더 많이 쌓여 적립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금으로 미리 받을 수 있는 적립액의 규모는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적립액 전부를 연금으로 다 탈 수는 없고, 최대 90%까지만 받게 상한을 뒀다.
예를 들어 40세에 보험에 가입해 월 15만1000원을 20년간 부어(총 납입액 3624만원)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기로 계약한 가입자가 65세부터 적립액의 70%를 연금으로 20년간 받기로 했다면, 금융위 추산으로 한 달 평균 18만원 정도를 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80세부터 연금을 수령하고, 적립액 사용 비율도 90%까지 높이면, 최대 31만원까지 수령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최소 본인이 납입한 월 보험료를 상회하는 금액(보험료의 100% 초과~200% 내외)을 매월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과거에 가입했던 보험에도 생전 연금 수령이 가능하게 제도상 특약을 일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 보험은 일단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으로 제한한다. 금리가 변동하는 변액종신보험 등은 적립액을 미리 당겨쓰기가 어려워서다. 또 노후 자금 마련이라는 제도 취지와 거리가 먼 수억원 이상의 초고액 사망보험금은 향후 기준을 마련해 이번 제도 개선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확정형 종신보험을 가지고 있어도 생전 연금 수령이 가능해지려면 일단 보험료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 또 해당 보험을 담보로 보험계약대출을 받았다면 이를 상환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일반적으로 1990년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가입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은 모두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추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금으로 미리 당겨 받을 수 있는 보험 계약은 약 33만9000건(보험액 11조9000억원)이다.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받을 때, 연금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연금 수령액에 상당하는 금액만큼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건강관리 및 병간호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된 보험사·보험상품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