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휴게소다”“또 들르게요?” 윤석열·한동훈 10시간 부산행

2025-01-19

윤석열·한동훈 ‘검사정치’

겨울왕국은 북에만 존재했다. 백색이 지배하던 세상은 위도가 낮아질수록 눈에 띄게 힘을 잃어갔다. 그리하여 눈 속에 감춰진, 앙상한 속살의 영역은 점점 더 넓어졌다.

명이 짧은 겨울 해가 세상의 빛을 훔쳐 서산으로 빠르게 도주하던 2007년 2월 중순의 늦은 오후. 그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넘쳐났다. 수평으로 쌓이고 쌓인 그 자동차들은 화학적 결합이라도 한 듯 빈틈없이 덩어리를 이뤘다. 그중 한 공간을 두 중년 남자가 점유하고 있었다.

무료한 듯 차장 밖을 바라보던 조수석의 사내가 반색했다.

운전대를 붙잡고 있던 동료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왜요? 또 들르게요?

서울을 떠난 지 9시간째. 그 고속도로에 존재하던 휴게소란 휴게소는 다 방문한 듯했다. 넉넉잡고 다섯 시간을 예상했던 여행 시간은 이미 배에 가깝게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자동차 덩어리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휴게소로 들어선 그들은 한참을 배회한 뒤에야 간신히 빈 자리 하나를 차지했다.

동승자에게는 휴게소가 놀이터인 듯 보였다. 운전자와 달리 그는 유유자적 자동차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간식과 음료수로 요기한 그는 행복한 표정으로 다시 차에 올랐다.

목적지의 이름이 적힌 도로 표지판이 차창을 스쳐 지나갔다. 그 곳까지의 잔여 거리는 어느덧 두 자리 숫자로 줄어있었다. 거기 적힌 도시의 이름은 ‘부산’이었다.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질문했다.

하던 거 해야죠. 부산이라고 나쁜 놈 없을까 봐요?

그들은 검사였다. 운전자의 이름은 한동훈, 동승자의 그것은 윤석열이었다.

연재를 시작하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요. 강골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해하기 힘든 비상계엄의 감행으로 자신을 무너뜨렸을까요. 20년 검사 동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어쩌다가 윤 대통령과 서로 비수를 겨누는 지경까지 왔을까요.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 그리고 그들을 낳은 ‘검사’와 ‘정치’의 근원을 파헤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지점에서 이번 연재물은 출발합니다.

늦깎이 흙수저 검사였던, 그래서 검사의 길을 한 차례 포기해야 했던 윤 대통령이 화려하게 부활해 대표적 특수통으로 자리매김한 과정, 그와 반대로 출발부터 엘리트 검사였던 한 전 대표의 화려한 수사 이력, 그리고 동지적 결합으로 표현할 수 있는 두 사람의 20년 행보를 하나하나 되짚어갈 예정입니다. 그토록 끈끈했던 동지애가 어떻게 배신감과 적대감으로 변질해 결국 영화 ‘친구’와 같은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됐는지도 함께 추적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그들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각종 서면을 속속들이 파헤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덜 알려졌던 일화와 비화들을 생생하게 전할 것입니다. 많은 기대와 동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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