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산업이 '사상 최악' 불황의 터널에 갇혔다. 영화관 관람객이 급감, 침체의 늪에 빠진 지 몇년째다.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왔지만 지난해에는 단 두 편으로 그쳤다. 대부분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대형 영화관(멀티플렉스)의 현 상황과 함께 관람객 감소를 막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또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알아본다.
▲글 싣는 순서
[극장가 불황] ① 대형 영화관 3사, '사상 최악' 역성장…"올해가 더 걱정"
[극장가 불황] ② 내일이 없는 영화계…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시급하다
[극장가 불황] ③ 영화 부과금·홀드백 논의 등 K무비 업계 상생 방안은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지난해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역성장한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영화 업계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볼 만한 영화가 나와야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대전제 아래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K무비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후 6년이지만 한국 영화계 고질적인 문제점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 꾸준히 거론됐던 중예산 영화 실종, OTT 플랫폼으로 인한 극장 공급 영화 편수가 연이어 급감했다. 개봉작 흥행 실패로 인해 재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등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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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 티켓값이 주말 기준 1만 5000원을 넘어선 것은 관객이 감소한 주된 이유다. 이때문에 대형 극장 사업자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극장 사업이 모두 시설을 기반으로 운영되다보니 유지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관객 마져 줄어 투자와 서비스 개선에 대해 쓸 돈도 줄어 든 것이 현실이다.
극장 업계는 '영화 티켓값 인상이 대형 극장의 횡포 탓'이라는 지적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티켓값 전체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은 극장 몫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제작·배급·투자 등 해당 영화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대형 극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영화 관객, 소비자들이 티켓값 인상에 대해 지나치게 대극장의 이익 추구로만 해석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토로했다. 영화 티켓값 인상은 제반 비용과 물가상승을 반영한 것기에 불가피하다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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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으로 조기 판매되는 한국 제작 영화, 콘텐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하는 경우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은 후엔 관람객이 늘어날수록 수익도 늘어나는 '러닝' 구조다. 반면 OTT 플랫폼에 편성, 배급할 경우에는 전체 제작비에 일부 수익을 얹어 작품의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보상받는 구조다.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긴 불황 속에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위험을 감수하기가 어려워진다.
영화계 불황이 길어지다보니 제작자들이나 창작자들은 큰 위험을 떠안는 극장 개봉을 꺼리고 있다. 개봉을 하더라도 초반 관객 추이가 좋지 못하면 OTT로 빠르게 넘기는 등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는데만 초점을 맞춘다. 결과적으로 '볼만한 영화가 없는 현실에서 관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멀티플렉스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개봉을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 점'은 제작, 배급사들도 '고민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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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생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당장 눈 앞에 이익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올 문화체육관광부 중예산 영화 지원 정책은 적기에 시행된 것 같다. 또 빠르게 집행될 것도 같다. 연내 제작되는 영화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K콘텐츠 펀드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경색된 자금줄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빠르게 적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