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국제 평판이 크게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주의와 글로벌 리더십을 상징해 온 미국의 평판 점수가 불과 1년 만에 경쟁국인 중국을 밑도는 ‘굴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덴마크 비영리단체 민주주의동맹(AoD)은 여론조사업체 니라데이터와 함께 100개국 11만12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민주주의 평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0%부터 +100%까지의 백분율 형태 지수로 나타낸 결과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판지수는 '-5%'로 나타났다. 이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는 의미로 지난해 조사에서 +2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7%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미국은 상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G7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해당 국가가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 협력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답변했으며, 각국에 대한 인식을 종합해 점수를 매겼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의 점수가 올해 중국(+14%)보다도 낮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보다 9%포인트 오른 반면, 미국은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3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9%), 이라크(-10%), 헝가리(-10%) 등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AoD 측은 “미국의 평판은 명백히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기존의 리더십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AoD 창립자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지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무역전쟁을 촉발하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꾸짖었으며, 전통적인 동맹을 약화시키는 반면 적대 세력에게는 힘을 실어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미국이 상징해온 가치에 감동하며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15%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14%), 영국(+16%)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하며 안정적인 평판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의 점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높은 평판을 얻은 국가는 스위스(+48%)로 나타났다. 이어 싱가포르(+46%), 카타르(+40%), 캐나다(+40%), 요르단(+39%)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대로 이란(-25%), 이스라엘(-23%), 벨라루스(-21%)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