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화 4번 무시한 인도 모디, 관세 보복에도 “러 원유 구입”

2025-08-27

미국이 인도에 부과한 50%의 관세 발효를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주간 4차례 이상 모디 총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디 총리가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7일(현지시간) 0시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인도산 상품에 적용되는 50%의 관세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협상 시도를 모디 총리가 거절한 모양새가 됐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며 “인도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서로를 향해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던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이후로 파열음을 내왔다.

농업 시장 개방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미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두고 크게 충돌했다.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하루 평균 약 2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중질유를 수입해왔다. 인도 전체 석유 수입 물량의 35~40%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도가 원유 수입을 고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사서 전쟁 자금을 대는 일을 계속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6일 인도의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높였다.

그러자 모디 총리는 지난 8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을 알고 있지만, 준비가 되어 있다”며 관세 압박에 굽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도 상무부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로이터통신에 “(인도) 정부는 미국 관세에서 즉각적 완화 조치나 연기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압박에도 인도가 이달 들어 러시아 원유 수입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강공으로 나선 인도는 러시아와 중국에 밀착하면서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지난 8일 모디 총리와 통화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대화를 나눴다. 브라질도 인도와 같은 50%의 관세가 적용됐다.

특히 2020년 국경 지대서 유혈 충돌 후 앙숙처럼 지내온 중국과 관계 개선이 드라마틱하다. 모디 총리는 오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중국 방문이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9일 국경 분쟁으로 5년간 닫혔던 직항 노선과 국경 무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FAZ는 “지금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분쟁에서 모든 상대편을 박살 내왔으나 인도를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며 “트럼프의 협박을 계기로 인도가 이웃 강대국인 중국과의 오랜 악연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와 중국의 밀착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복잡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를 대중국 견제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온 미국에게 인도의 이탈은 대중 포위망의 구멍을 의미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 악화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될 뿐”이라며 “미국도 중국 견제 세력으로서 인도의 역할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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