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활용되려면 의료진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빠르게 의료 AI에 적응했지만, 의료진들에게는 여전히 불안과 의심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처럼 의료진 교육 과정에 의료 AI에 대한 단순 활용을 넘어서 설계까지 포함시켜야 획기적으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 보건AI 포럼 제1세션 패널토론에서 의료계와 국제기구, 산업계 관계자들은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 간 수용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장은 “코로나19 시기 때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활용해 검진에 참여했다”며 “65세 이상 고령층도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을 보면 환자들의 경우 동기 부여만 되면 AI 사용 능력은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진은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있다. 박기동 WHO 서태평양지역본부 국장은 “의료현장에서 AI 도입을 꺼리는 사람들 중 일부는 ‘AI가 나를 대체할까’는 걱정을 한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AI를 잘 사용하면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이같은 의료진과 환자간 의료 AI에 대한 수용성 차이를 낮추려면 싱가포르처럼 AI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비 의사들이 직접 AI를 접해보면 불안이 줄어들고 새로운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싱가포르는 현재 초등학교부터 AI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국립 의과대학에서는 단순 사용법을 넘어 AI 설계 과정까지 가르친다. 의대생들이 직접 의료 AI 툴을 만들어보며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응얌 키 위안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HS) 의료시스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새로운 AI 툴은 복잡한 질병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우선은 행정 업무를 크게 줄이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다”며 “응급환자 수를 예측해 최적화된 근무 스케줄을 짜면 수십 시간이 걸리던 업무를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다양한 의료 AI 활용 방법도 공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취약지역에서 AI 기반 휴대용 X선 판독기를 도입해 결핵 선별 시간을 줄였고, 당뇨망막병증 검사를 신속히 진행해 실명 예방 효과를 거둔 사례를 소개했다. 란 밸리서 클라릿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단순한 기술적 작업은 AI가 대체하고, AI가 못하는 일을 사람이 하게 될 것”이라며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