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3~4년 내, 건강한 일반인도 뇌 인터페이스 이식을 고민할 전환점이 찾아올 것입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크래프톤 공동 주최 강연에서 뉴럴링크 공동창업자인 서동진 박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현황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며 이 같이 밝혔다.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서 박사를 비롯한 8명의 신경과학자·엔지니어가 의기투합해 세운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이름 그대로 ‘신경(Neural)’과 ‘연결(Link)’을 결합해,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신호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기계와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인간 능력의 확장과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박사는 BCI 기술이 신경 손상 환자의 재활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과 결합한 학습·기억 능력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뇌의 전 영역을 연결하는 ‘전뇌 인터페이스’ 구축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뉴럴링크의 최신 임상 사례로 사고나 질환으로 운동 능력을 잃은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기기를 제어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서 박사는 “임상 참여자들이 하루에 7시간 40분 동안 이 장치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활용할 정도로 삶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한 재활을 넘어 환자의 사회 복귀와 자아 실현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럴링크는 다음 달부터 언어 장애 환자가 목소리를 되찾는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또 ‘블라인드사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시각을 잃은 환자에게 전극 자극으로 시각을 복원하는 연구도 추진 중이다. 블라인드사이트는 시신경이 손상돼 전통적 치료가 불가능한 실명 환자에게 시각 피질에 직접 자극을 주어 시각 인지를 복원하는 장치다. 서 박사는 “아이폰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듯, 차세대 아이폰은 BCI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이어진 대담에서 정재승 KAIST 교수는 서 박사와 함께 BCI 기술의 파급력을 논의했다. 서 박사는 “향후 3~4년 내에는 건강한 일반인도 뇌 인터페이스 이식을 선택하는 전환점이 올 것”이라며 “뇌-기계 연결은 결국 학습·기억 증강, 시각 복원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뉴럴링크의 신호 전송 속도가 척수를 거쳐 근육을 움직이는 신호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간적 능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머스크 CEO와 함께한 창업 과정과 기업 문화도 소개했다. 서 박사는 “머스크는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시급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늘 강조한다”며 “뉴럴링크 역시 빠른 피드백과 반복을 통해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디어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인턴이 제안한 것이라도 채택된다”며 철저히 능력 기반에 입각한 기업문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