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파킨슨병 언어치료…의사·엔지니어 뭉쳤죠"

2025-09-14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서동증(운동 느림)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한국인들은 파킨슨병 발병 유전자를 갖고 있어 다른 인종에 비해 발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15만 명에 이른다.

의사와 엔지니어 출신이 의학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파킨슨병 치료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6월 파인디지털헬스를 창업한 김한준·서영호 공동대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인 김 대표는 25년간 파킨슨병 환자 진료와 연구에 매진했고 서 대표는 대형 플랫폼 기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IT 전략 컨설턴트를 맡아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했다. 고교 동창인 이들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파킨슨병 치료를 혁신해보자는 뜻을 모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의사로, 서 대표는 IT·AI 전문가로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난치병 치료 솔루션 개발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서 대표는 “의료기기는 전문성과 기술력이 모두 필요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임상시험과 치료 원리를 책임지고 서 대표가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담당하는 분업 구조다.

현재 파킨슨병 환자 치료는 약물이나 수술 위주로 이뤄지지만 증상 개선에는 운동·언어 치료 같은 비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김 대표는 “비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기관이 적고 특히 1대1 대면 치료는 비용이 많이 들고 환자들의 이동 제한도 걸림돌”이라며 “이런 한계를 비대면 디지털 치료 솔루션으로 극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두 대표가 내놓은 첫 번째 성과는 파킨슨병 환자의 언어장애 치료용 소프트웨어 ‘파인스피치’다. 환자가 의사 처방을 받아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AI가 환자의 발성을 분석해 맞춤형 훈련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김 대표는 “2023년 서울대병원 임상 연구에서는 치료 이행률 90% 이상, 환자 만족도 75%, 자기 평가 호전율 5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고 서 대표는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SCI)급 국제 학술지에도 실렸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언어 치료에 이어 환자가 화면 속 동작을 따라 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맞춤 운동을 돕는 ‘파인바디’도 개발하고 있다.

두 대표는 파인디지털헬스의 강점은 AI와 빅데이터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파킨슨병 환자는 발성 기능이 약해 일반 음성인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를 위해 환자 발성에 특화된 AI 음성인식 모델을 자체 개발해 파인스피치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환자가 수행한 운동 데이터를 분석·평가하는 AI도 연구 중”이라면서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서버에 안전하게 저장된 뒤 집계·분석돼 담당 의사에게 제공된다”고 부연했다.

파인디지털헬스의 비전은 파킨슨병 환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제공이다. 고령자, 인지 저하 환자도 쓰기 쉽도록 하고 학문적 근거와 안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김 대표는 “비약물 치료의 보험 급여화와 치료 비용 지원이 시급하다”며 “중증 환자에게는 방문의료·원격의료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인디지털헬스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TIPS) 과제(15억 원)에 선정됐고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치료 기기 개발·실증 지원 사업(9억 5000만 원)을 따내는 등 굵직한 성과를 잇따라 냈다. 두 대표는 “환자·보호자뿐 아니라 의료진과 병원까지 함께 혜택을 얻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디지털 치료가 파킨슨병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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